[KBO리그] '학폭 무혐의 → 학폭 인정' 전체 1순위 신인 박준현 논란... 키움·KBO가 맞닥뜨린 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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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체 1순위 지명을 받고 키움에 입단한 박준현 |
ⓒ 키움히어로즈 |
2026 KBO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키움 히어로즈
에 지명을 받고 입단 계약(계약금 7억 원 / 역대 3위)을 체결한 고교 최대어 투수
박준현
(천안북일고)을 둘러싼 학교폭력 논란이 결국 '학폭 행위 인정'으로 결론났다.
지난 9일 충남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는 천안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조치 없음' 결정 처분을 취소하고 가장 낮은 단계인 1호 조치(서면 사과)를 명령했다. 7월 무혐의 판정 이후 신인 드래프트에 정상 참가한 점을 감안하면 전례 없는 뒤집기다.
피해 학생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태광은 "운동부 특성상 은폐되기 쉬운 괴롭힘 사안을 행정심판 단계에서 바로잡았다"며 의미를 강조했다.
태광 측 주장에 따르면 박준현은 2023년 2월부터 피해 학생에게 지속적으로 심부름을 시키고 욕설하는 등 언어 폭력을 행사하는 한편 부원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주도했고 이로 인해 피해 학생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혼합형 불안 및 우울 장애 진단을 받았고 결국 선수 생활까지 중단됐다는 것이 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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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박석민 코치의 자녀인 박준현 |
ⓒ 키움 히어로즈 |
사실상 학교 측이 가해자 분리 조치를 거부하고 피해자를 훈련에서 배제했던 정황, 일부 학부모의 '주전 선수를 지켜달라'는 회유 의혹, 그리고 박준현의 부친(
박석민
코치)이 피해 학생 부모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낸 것 등도 드러났다. 북일고 야구부 내부 문화와 구조적 문제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박준현의 학폭 행위 인정으로 키움 구단은 여러모로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학폭 무혐의' 판정을 전제로 7억 원 계약금을 투자한 데다, 과거
안우진
학폭 논란이라는 뼈아픈 선례까지 갖고 있다.
현시점에서 구단은 "선수 측 입장을 듣고 후속 조치를 검토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학폭이 공식 인정된 이상 KBO를 포함한 관련 단체의 징계 여부를 지켜봐야 해서 박준현의 내년도 스프링캠프 참가가 불투명해지는 등 실질적 차질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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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교 시절 학폭으로 징계를 받았던 키움 에이스 안우진 |
ⓒ 키움히어로즈 |
이미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스포츠윤리센터가 조사를 검토 중이고 1년 이상 자격정지 처분이 내려질 경우 국가대표 자격이 박탈되는 규정도 적용된다. 초고교급 유망주라는 평가를 받던 박준현의 입지는 이번 학폭 판정으로 인해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이번 판정은 박준현이라는 특정 선수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고교 야구부의 폐쇄적 문화와 성적 중심 구조가 만든 결과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라는 화려한 타이틀 뒤에 가려져 있던 팀 성적 지상주의와 그 속에서 발생되고 은폐된 학교 폭력이라는 구조적 모순이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급 유망주라는 평가를 받았던 박준현은 프로 무대 데뷔 전부터 학폭 가해자라는 꼬리표를 달게 되었다. 키움 히어로즈 구단 역시 이번에는 "선수 입장을 지켜보겠다"는 방관자적 태도가 아니라 학폭 문제에 대한 명확한 원칙과 재발 방지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과거 안우진, 현재 박준현 케이스가 모두 '초고교급 유망주–학폭 논란–비판 여론–땜질식 대처'라는 유사한 패턴으로 반복되고 있다. 당장의 시즌 성적과 유망주 한 명보다, KBO와 키움 구단이 어떤 가치를 택하는지에 대해 야구계 안팎의 매서운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