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 공략을 고심하고 있는 방신실. 사진 제공=KLPGA
31개 대회가 치러진 2025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은 모두 7차례 기록됐다. 역대 최다인 2008년 8회에 이어 두 번째 많은 횟수다. 아이러니하게도 역전 우승도 역대 급으로 나왔다. 9명이 10차례 역전 우승을 거뒀다.
3승의
방신실
은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과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서 두 번 역전 우승을 차지했고
노승희
는 더헤븐 마스터즈에서 6타차 뒤집기에 성공했다. 이예원, 박현경,
성유진
, 배소현,
이다연
,
김민주
그리고 10년 만에 외국인 우승 기록을 쓴
리슈잉
(중국)이 역전 우승의 주인공들이다.

퍼팅한 뒤 공을 바라보고 있는 노승희. 사진 제공=KLPGA
역전 우승의 주연이 있다면 반대로 역전 패배의 조연도 있게 마련이다. 공동 1위를 포함해 최종일 선두로 나섰다가 우승을 놓친 선수는 모두 11명이다. 상금 1·2위 홍정민과 노승희를 비롯해 방신실, 고지원,
박혜준
, 이다연, 김민주, 박지영, 이채은2, 박주영 그리고 마다솜이다. 특히 올해 생애 첫 승의 감격을 맛 봤던 박혜준은 두 번 역전패를 당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 중 7명은 올해 우승을 차지한 챔피언이란 것이다. 홍정민, 노승희, 방신실, 고지원, 박혜준, 이다연, 김민주다. 그 중 방신실, 노승희, 이다연, 김민주까지 4명은 역전 우승을 했던 선수들이다. 역전 우승의 단 맛과 역전 패배의 쓴 맛을 모두 본 것이다.

그린 경사를 파악하고 있는 김민주. 사진 제공=KLPGA
특히 방신실과 김민주는 서로 한 차례씩 역전극을 주고받았다. 물고 물리는 ‘우승 먹이사슬’ 관계를 형성한 것이다.
먼저 김민주가 장군을 불렀다. 4월 열린 iM금융오픈에서 2타차 단독 5위였던 김민주는 최종일 5타를 줄이면서 전날 공동 선두였던 방신실과 박주영을 3타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방신실이 멍군을 부른 것은 7월 열린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에서다. 3라운드에서 김민주가 2타차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었는데, 최종일 단독 2위였던 방신실이 오히려 3타 차로 넉넉히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퍼팅을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는 이다연. 사진 제공=KLPGA
방신실은 이에 앞서 4월 역전패를 당했던 iM금융오픈 바로 뒤에 이어진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서 역전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최종일 2타차 공동 5위로 시작한 방신실은 하루에 무려 7타를 줄였는데, 마지막 5개 홀에서만 4타를 줄이는 뒷심을 발휘하며 박지영에게 역전패를 안겼다.
시즌 초반에 특히 역전극이 많았다. iM금융오픈 바로 전에 열렸던 국내 개막전 두산건설 We’ve 챔피언십에서도 짜릿한 역전극이 펼쳐졌다. 최종일 시작할 때만 해도 홍정민이 이예원을 제치고 1타 차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이예원이 이글을 잡고 이 홀에서 버디를 잡은 홍정민을 1타차로 제치고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퍼팅 후 이동하고 있는 이예원. 사진 제공=KLPGA
E1 채리티 오픈 박현경의 역전 우승은 상대의 실수 영향이 컸다. 2라운드 1타 차 단독선두였던 이채은2가 마지막 홀에서 보기를 범하면서 연장전 없이 박현경에게 우승을 헌납한 것이다.
올해 가장 짜릿한 역전극의 주인공은 노승희일 것이다. 더헤븐 마스터즈에서 무려 ‘6타차 뒤집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2라운드만 해도 이다연이 단독 선두였고 노승희는 6타 뒤진 공동 7위에 머물러 있었지만 연장 승부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그린 경사를 파악하고 있는 성유진. 사진 제공=KLPGA
KLPGA 투어 역전 우승 최다 타수 차이는 ‘8타’다. 2009년 유소연과 2018년 박결과 배선우가 그 주인공이다. 5명이 7타차 역전극을 달성했고 6타차 역전극은 올해 노승희까지 7명이 기록하게 됐다.
노승희는 최고의 역전극 주인공이기도 했지만 또 다른 역전 명승부에서는 주연에 가린 조연이 되기도 했다.
올해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3라운드 선두는 노승희였다. 성유진이 1타차로 뒤를 쫓고 있었다. 최종일 당시 폭우가 내리면서 경기가 지연되는 바람에 어둠이 몰려와 연장전은 9년여 만에 조명 속에서 치러지게 됐다. 성유진과 노승희는 연장 4번째 홀까지 가는 혈투를 벌였고 결국 2m 챔피언 퍼팅을 성공시킨 성유진이 어둠 속 역전 우승의 주인공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