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호준 NC 감독이 4일 창원 SSG전 승리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하고 팬들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NC 다이노스 제공
NC는 올해 전반기를 40승 5무 40패로 마쳤다. 전반기 5할만 해도 기대 이상 성과라는 평가가 많았다. 전력에 구멍이 많았다. 3월 있어서는 안 될 홈 구장 구조물 추락 사망 사고로 초유의 원정 살이도 겪어야 했다. 원정 생활만 두 달 넘도록 하는 혹독한 조건 속에서 NC 선수들은 ‘호텔 특타’ 등 투지로 버텼다. 5월 7연승을 달렸고,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을 쓸어 담으며 기어코 승률 5할을 일궜다.
그러나 ‘여기까지’라는 평가가 많았다. 시즌 개막 전 NC를 5강 후보로 보는 시선은 없다시피 했다. 전력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이었다. 중위권 다툼이 워낙 치열해 NC는 전반기 5할을 기록하고도 5강 바깥 7위에 머물고 있었다. NC가 중위권 레이스를 뚫어낼 거라는 예상은 많지 않았다.
그런 전망은 현실이 되는 듯 했다. 후반기 개막과 함께 4연패에 빠졌다. 이후 NC는 5할을 유지하는 데 아주 애를 먹었다. 잠깐 승률 5할을 기록했다가도 이튿날 패배로 다시 주저앉는 패턴이 반복됐다.
시즌 중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8월은 출발부터 최악이었다. 8월 5~7일 최하위 키움 상대 3연전을 모두 패했다. 반등의 기회를 허무하게 날렸다. 이후로도 좀처럼 기력을 회복하지 못했다. 지난 9월 20일 NC는 KIA전 패배로 62승 6무 67패, 승패 마진 -5에 승률 0.481까지 떨어졌다. 연속 볼넷으로 끝내기 밀어내기 점수를 허용하며 경기를 내줬다. 심리적 타격까지 생각하면 간신히 붙들어 왔던 5강 희망이 이대로 날아가는 듯 했다. 이날 기준 기준 NC는 정규시즌 종료 9경기를 남기고 리그 7위에 머물고 있었다. 5위 KT와는 3경기 차가 났다. 고작 9경기 만에 뒤집기에는 아득할 정도로 거리가 멀어보였다.

NC 라일리 톰슨이 4일 창원 SSG전 호투 후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NC는 기적을 써냈다. 9월21일 KIA전 7-6 승리를 시작으로 NC는 9연승으로 시즌을 마쳤다. 9월 27일 KIA전 승리로 NC는 8월 27일 이후 정확히 한 달 만에 승률 5할을 회복했고, 9월 30일 KT전 승리로 40일 만에 리그 5위로 올라섰다. 가을 야구 막차를 놓고 다투던 KT를 꺾으면서 설마 했던 5강이 현실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NC는 이튿날 리그 선두 LG를 7-3으로 꺾으면서 5강에 한발짝 더 다가섰고, 4일 홈 창원NC파크에서 열린 시즌 최종전에서 SSG를 꺾으며 5위를 확정했다.
객관적인 전력만 놓고 보면 NC의 5강 진출은 대이변이다. 베테랑들의 부상 공백 속에서 NC 선발진은 올해 리그 최하위권을 전전했다. 선발 평균 자책점 5.12로 키움(5.13)에 아주 근소하게 앞선 리그 9위였고, 선발 투구 이닝(659.1이닝)은 아예 리그 꼴찌였다. 선발 최저 이닝팀이 5강에 오른 건 2017년 NC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NC의 전력은 시즌 막바지 더 구멍이 많이 났다. 마무리 투수로 뒷문을 지키던 류진욱이 생애 첫 30세이브에 단 하나를 남기고 부상으로 전력 이탈했다. 주장 박민우는 9월11일 키움전 이후 허리 통증 때문에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시즌 최종전 대타로 간신히 한 타석을 소화했다.
류진욱의 빈 자리를 남은 불펜진이 헌신적으로 메웠다. 임시 마무리 역할을 맡은 김진호가 76차례(전체 2위), 전천후 불펜으로 깜짝 활약한 전사민이 74차례(전체 4위) 등판했다. 2년 연속 불운한 부상으로 선발 전환 꿈을 놓친 좌완 김영규가 불펜 버팀목으로 활약했다. 김영규와 전사민은 극적인 5강 진출의 분수령과도 같았던 지난 1일 LG전에서 나란히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상무 제대 이후에도 오래도록 1에 합류하지 못했던 에이스 구창모는 ‘건강한 구창모’의 위력을 새삼 입증했다. 5위를 놓고 경쟁하던 KT전 구원으로 등판해 4이닝 무실점 완벽한 피칭을 했다.
시즌 내내 부침이 없지 않았던 타선은 마지막 9연승 기간 제대로 타올랐다. 팀 타율 0.299에 팀 OPS 0.849를 기록했다. 외국인 거포 맷 데이비슨은 결정적인 홈런을 연거푸 때려내며 ‘득점권에서 약하다’는 비판을 극적으로 털어냈다.
이호준 NC 감독은 부임 첫 해 ‘5할’과 ‘5강’을 모두 이뤄냈다. 팀 도루 186개(전체 1위)로 1년 만에 팀 색깔을 바꿔놨다. 초유의 원정살이와 시즌 마지막까지 계속된 주축들의 부상 악재에도 특유의 카리스마로 팀을 가을 무대로 끌어올렸다. 외국인 투수 2명을 제외하고 규정이닝 투수는 1명도 없고, 신민혁(132이닝)을 제외하면 60이닝 국내 선발도 없었다는 악조건을 생각하면 특히 높이 평가할 만한 성과다.
이 감독은 5강 확정 후 “창원NC파크를 가득 메워주신 팬분들과 함께 가을야구를 확정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면서 “선수들이 너무 자랑스럽다. 가을야구 마지막 티켓을 잡은 건 기적이 아니라 선수들의 땀과 열정의 결과”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 감독은 “지금 이 순간까지만 기뻐하겠다. 이 순간 이후부터는 또 다른 가을의 이야기를 쓰기 위해 또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NC는 6일 대구에서 4위 삼성과 와일드카드 시리즈 1차전을 치른다.
심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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