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만 반복되고 있는 장면인 동시에 마무리 투수 김서현이 심적인, 체력적인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계속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것도 교체 타이밍이 최소한 반 박자에서 한 박자 이상은 늦은 듯한 상황이 연속으로 벌어지고 있다.
감독이나 선수 한 개인에게 지나친 책임을 지우는 일방적인 태도가 아니라, 나타난 현상이 그렇다. 이미 누구 한 명의 부진, 기용의 적합성, 혹은 신뢰의 문제를 세세하게 따질 게 아니라 한화의 팀 차원의 전략이 계속 실패하고 있고, 단기전 치명적인 패배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한국시리즈에서 한화는 이날 5회 이후 앞서 있던 경기서 처음으로 패했지만 지난 27일 2차전서는 1회에만 4점을 낸 이후 2회 대거 5실점을 하고 경기를 역전 당했다. 이후 마운드가 대량 실점하면서 5-13으로 패한 바 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을 치른 혈투의 영향이 로테이션 순서부터 불펜의 피로도와 소모까지 전체적인 영향을 끼친 모습이다. 이미 꼬여버린 채로 시작한 한국시리즈인 탓에 한화의 완벽한 전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한화의 포스트시즌 시작부터 투수 교체 타이밍이 계속해서 늦었다. 지난 24일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에서도 한화는 1차전 8회 말까지 9-6으로 앞서던 경기서 9회 투입된 김서현이 홈런, 안타, 땅볼 이후 다시 적시타를 맞고 2실점을 한 이후 1점 차로 쫓기자 그 때 투수 교체를 선택했다. 김범수가 이후 실점 없이 경기를 매조졌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누상에 역전 주자가 있는 상황에 김범수는 수 차례 투수판을 이탈할 정도로 극심한 부담감을 느낀 모습이었다. 김서현 또한 정규시즌 막바지 SSG 랜더스와의 경기 충격 역전패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말았다.
시리즈를 끝낼 수 있었던 삼성과의 PO 4차전도 마찬가지였다. 한화는 22일 PO 4차전서 삼성에 5회까지 4-0으로 앞서고 있었다. 하지만 한화 벤치는 6회 등판한 황준서가 3루타, 볼넷, 좌전 적시타를 맞고 1실점을 하자 그 이후 무사 1,2루 상황에서 김서현을 마운드에 올렸다. 결국 김서현은 김영웅에게 스리런 홈런을 맞고 동점을 허용했다. 그리고 김서현은 이후 삼진을 잡았지만 다시 추가로 2개의 볼넷을 내주고 흔들린 끝에 그제서야 한승혁과 교체됐다. 한승혁 또한 몸에 맞는 볼을 내주고 만루에 몰렸지만 실점하지 않고 동점 상황에서 이닝을 마쳤다. 하지만 한승혁 또한 7회는 결국 김영웅에게 충격의 스리런 홈런을 허용하면서 한화는 4-7 패배를 당했다.
결국 조기에 끝낼 수 있었던 시리즈가 막판으로 흘러갔다. 한화는 삼성과의 PO 5차전서 외인 원투펀치 폰세와 와이스를 모두 투입하는 혈투 속에 KS에 진출했지만 출혈이 너무나 컸다. 플레이오프에서 계속 늦었던 구원투수들에게 부담을 가중시켰던 늦은 교체와 이후 실패의 나비효과는 치명적이었다. PO에서 구원으로 나섰던 문동주의 KS 1차전 투입이라는 ‘외통수’로 돌아오게 됐고, 이후 한국시리즈 향방은 1,2차전은 한화의 완패 분위기로 흘러갔다. 그리고 3차전 승리로 다시 찾은 희망의 불씨가 4차전 역전패로 다시 잠잠해진 상황이다.
30일 KS 4차전 역전패 이후 김경문 한화 감독은 취재진과의 공식 패장 인터뷰에서 ‘일각에서는 김서현을 급박한 상황에 기용해야 했냐는 의견이 나온다’는 취재진 질문에 “맞고 난 다음에 이야기하면 할 말이 없다. 8회는 잘 막지 않았냐”며 결국엔 결과론적인 비판일 뿐이라는 뉘앙스의 답변을 했다.
김 감독은 이처럼 포스트시즌 기간 내내 김서현의 기용 여부를 두고 계속해서 신뢰 문제가 거론되는 것을 달갑지 않아 하는 모습으로 구체적인 배경이나 이유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동시에 기용에 대해서 언론이나 팬들에게서 비판의 의견이 나오는 것에 민감한 반응을 드러내기도 했다.
물론 김 감독은 이를 선수 기용에 대한 철학이 담긴 ‘신뢰’의 영역으로 판단했을 수도 있다. 동시에 선수의 기용과 교체는 감독의 가장 큰 선택이 담긴 고유 권한이기도 하다.
하지만 4차전 기용이나 이전 PS 과정에서의 투수 교체에 대해 비판 의견이 나오는 것은 그보단 더 복합적인 이유에서다. ‘특정 선수를 왜 자꾸 쓰냐’에 대한 단편적인 지적의 측면도 있지만, 그보단 결과를 가져오는 빠른 선택과 판단과 기용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비판 여론이 일고 있는 것이다. 결국엔 결과가 선택을 증명하지 못한 셈이다.
논란이 되는 기용 역시 미래를 고려했을 때 분명 신뢰를 바탕으로 더 먼 미래를 내다 보는 것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한화는 현재 가을의 무대에서 한국시리즈 챔피언 트로피를 두고 싸우는 일선의 팀이다. 그리고 누군가 한화의 감독과 코칭스태프들에게 “신뢰의 문제가 아니라 ‘타이밍’의 문제”라는 것을 말할 수 있는 시간도 이젠 얼마 남지 않았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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