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이 독이 됐다”… 김경문 감독의 ‘김서현 고집’이 부른 한화의 9회 대참사
하이커뮤니티매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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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김서현 고집한 김경문 감독
4-1로 앞서던 4차전 9회에만 6실점 대역전패
전반기부터 계속 불안했던 김서현, 믿음의 결과는 최악
9회 주자를 1루에 남겨놓은 상태에서 교체되고 있는 김서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한국시리즈 4차전이 끝난 뒤,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8회까지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펼친 라이언 와이스의 역투가 빛바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10분 남짓이었다. 9회, 한화의 시즌을 지탱하던 마지막 기둥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또다시 김서현이 있었다.
김경문 감독은 시즌 내내 “한화가 우승하려면 김서현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그 믿음은 확고했고, 때로는 맹목적이었다. 플레이오프에서의 불안한 피칭, 정규시즌 막판 무너짐, 그리고 한국시리즈에서도 반복된 위기. 모두가 고개를 젓는 순간에도 김 감독은 김서현을 믿었다. 그러나 4-1로 앞선 9회, 김서현의 볼넷과 박동원의 투런 홈런은 한화의 모든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김서현의 부진은 단순한 컨디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시즌 후반부터 예고된 불안이었다.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놓친 결정적 경기에서도, 김서현은 3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며 한화의 정규시즌 1위를 날려버렸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그때도 “서현이는 언젠가 해줄 선수”라며 감쌌다.
30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LG에 7-4 역전패한 한화 김경문 감독이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뉴스1
감독의 ‘믿음’은 선수에게 자신감을 주기도 하지만, 상황에 따라 팀 전체의 리듬을 끊기도 한다. 김서현이 흔들릴 때마다 교체 타이밍을 놓친 결과, 한화의 불펜진은 체력과 멘탈 양쪽에서 붕괴됐다. 김범수, 박상원, 한승혁까지 이어진 릴레이 실패는 ‘마무리 불안’을 넘어선 구조적 문제로 이어졌다.
올 시즌 한화의 리빌딩과 도약의 상징은 ‘젊은 피’였다. 그러나 경험이 필요한 순간, 김경문 감독은 그 젊음을 믿음으로만 덮으려 했다.
감독의 신뢰는 전략이어야 한다. 감정이 아니라 냉정한 판단이어야 한다.
한국시리즈라는 무대에서, 그 판단의 균형이 무너졌다. 150㎞ 초반으로 떨어진 구속, 잦은 볼넷, 제구 불안에도 불구하고 김서현을 끝까지 밀어붙인 것은 결과적으로 감독 자신의 철학을 입증하려는 고집이었다.
야구는 결과의 스포츠다. ‘믿음’이 성과로 이어질 때는 신뢰라 불리지만, 실패로 끝나면 고집이라 불린다. 한화의 4차전은 그 경계가 얼마나 얇은지를 보여줬다.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KBO 한국시리즈 4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한화 투수 김서현(왼쪽)이 LG 9회초에 대량 실점을 하자 입술을 질끈 깨물고 있다.뉴시스
김서현은 여전히 가능성이 많은 젊은 투수다. 문제는 그 가능성을 ‘언제, 어떻게’ 꺼내야 하느냐다. 김경문 감독의 신뢰는 한 선수의 성장을 위한 시간일 수 있으나, 지금은 팀 전체가 걸린 한국시리즈였다.
한화는 결국 그 ‘믿음의 실험’에 패배했다. 와이스의 117구 역투, 팀 전체의 집중력, 홈 팬들의 열기가 한순간에 무너진 건 한 선수의 잘못이 아니다. 감독의 판단이 흔들렸고, 그 판단이 시리즈 전체의 흐름을 바꿨다.
감독의 믿음이 선수의 부담으로, 팀의 리스크로 변질될 때 그것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김경문 감독의 ‘김서현 신뢰’는 결국 한화의 가을을 삼켜버린 ‘달콤한 독’이었다.
전상일 기자
https://m.sports.naver.com/kbaseball/article/014/0005427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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