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진흙으로 뒤덮인 에스토니아 동부의 숲을 사이에 두고 나토와 러시아는 마치 대치하는 듯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비엔나 인구보다 적은 나라와 세계 최대 핵보유국인 러시아의 국경 지대인 이곳에서 많은 분석가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언젠가 나토 영토에 대한 소규모 침공을 감행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국경 지역의 분위기는 긴장감과 침묵으로 가득하다. 높은 철조망 울타리에서 내륙으로 뻗어 있는 "국경 경비 구역"은 특수 경찰 부대가 순찰하고 감시탑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이 구역에는 몇몇 마을이 있는데, 대부분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주민들이 살고 있으며, 인적이 드물지만 깔끔하게 관리된 도로로 연결되어 있다.

올가을까지 이 국경에는 정치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이곳 사람들이 오랫동안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는 특이한 풍경이 있었다. 소련 시대에 건설된 에스토니아 국도 178호선은 러시아 영토를 두 곳에서 가로지르며 여러 마을을 지역 중심지인 바르스카와 연결하고 있다. 국경 울타리 양쪽의 지역 경비대 간의 은밀한 합의에 따라 주민들은 검문 없이 도로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차량에서 내리지 않고 약 1km 구간의 러시아 영토를 통과하는 동안에는 정차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 붙었다.

양측 정부 정책으로 공식화된 적은 없는 이 합의는 10월 10일 갑작스럽게 종료되었다.

"더 많은 군인들이 나타났습니다. 그들 중 일부, 아니 대부분은 국경 경비대 복장이나 장비가 아닌 일반 군인과 같은 장비를 갖추고 있었습니다."라고 사트세 코르돈으로 알려진 이 국경 구간을 담당하는 국경 경찰 대장 레넷 메르디케스는 말했다.

메르디케스는 지난 13년간 국경 지역에서 근무해 왔다.

그는 "이런 부대는 전례가 없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메르디케스는 여러 방향에서 온 러시아 군복 차림의 남성 11명을 목격했는데, 이들은 에스토니아 영토로 돌출된 러시아 영토인 사트세 부트(Saatse Boot)에서 한동안 배회했다. 도로가 지나가는 이 지역에서는 에스토니아 차량들이 세스니키(Sesniki)에서 루테패(Lutepää)로 이동하는 데 이용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도로 ​​위에까지 올라와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에스토니아 당국은 즉시 도로를 폐쇄했고, 이후 재개통되지 않았다.

메르디케스는 "심각한 사건이 발생하기를 기다릴 수 없었습니다."라며, "러시아 영토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우리 국민을 보호할 수도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긴장된 관계

군인들은 도착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현장을 한동안 서성거렸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떠났다. 메르디케스에 따르면 에스토니아 측은 잠재적인 "비상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설치된 러시아 측 핫라인을 통해 설명을 요구했다. 러시아 측은 특별한 일이 없으며 "평소 활동"이라고 답했다.

처음에는 도로 표지판으로 도로를 차단했고, 이후 콘크리트 방벽과 임시 울타리가 설치되었다. 이번 주에는 두 도로 구간을 완전히 차단하는 영구 울타리가 건설되었다. 대체 도로 건설 작업도 시작되었으며, 두 구간 중 더 긴 구간은 내년 말까지 완공될 예정이다. 이는 에스토니아 정부가 국경을 넘는 특이한 교통 체계를 바로잡기 위해 이미 진행 중이던 사업의 일정을 앞당긴 것이다.

약 35년 전까지만 해도 강을 따라 흐르고, 호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숲과 습지, 그리고 178번 도로를 관통하는 러시아와 에스토니아를 가르는 이 국경선은 상대적으로 큰 의미가 없었다. 1940년 소련의 침공 이후 50년 동안 에스토니아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은 세계 최강대국 공산주의 국가의 15개 구성 공화국 중 하나일 뿐이었다. 당시 소련 연방 내에서 실질적인 권력을 쥐고 있던 러시아 소비에트 연방 사회주의 공화국과 에스토니아 사이의 국경은 그저 같은 나라 안의 내부 국경에 불과했다.

연방 해체 이후에도 양국 간의 긴밀한 개인적 관계는 유지되었고, 사트세 보트(Saatse Boot)와 같은 실용적인 통행권은 당연한 일이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까지는 에스토니아 국경 수비대조차도 러시아를 통과하는 이 도로를 이용했다.

국경 경비대 대장은 "이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우회로를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A map of Estonia. (Nzeemin, CC BY-SA 4.0, via Wikimedia Commons. Annotated by Linus Höller)

A closeup map of the "Saatse Boot" section of Estonia's border with Russia, with a now-closed shortcut road marked in red. (OpenStreetMap contributors, modified by Linus Höller)








소련 이전, 차르 러시아 제국 시절에도 에스토니아는 수 세기 동안 다양한 형태로 러시아의 지배를 받아왔다. 복잡하지만 공유된 과거의 유산은 양국 곳곳에 남아 있다. 수도 탈린의 에스토니아 의회 맞은편에는 크렘린과 연계된 모스크바 총대주교청 소속의 대형 러시아 정교회가 자리하고 있으며, 인구 조사에 따르면 에스토니아인 세 명 중 두 명은 소련 시대에 지어진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고, 러시아계 주민이 전체 인구의 5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스토니아의 국가 정체성은 독특하고 유럽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 에스토니아의 역사는 한자 동맹과 발트해 무역상들과 연결되어 있으며, 에스토니아어에는 핀란드어와 독일어의 흔적이 강하게 남아 있다. 탈린의 박물관들은 이러한 역사적 연결고리를 강조하며 러시아와의 관계를 상대화하고, 소련 시대를 러시아 점령 시기로 묘사한다. 소련의 상징이나 도상학은 외딴 오지에서도 거의 남아 있지 않으며, 건물에서 둥근 낫과 망치 문양의 명판은 제거되어 눈에 띄는 원형만 남았고, 레닌 동상은 철거되었다.

분단된 도시

하지만 국경을 넘나드는 관계는 하룻밤 사이에 사라지지 않았다. 에스토니아 북동부에 위치한 최대 국경 도시인 나르바에서는 2025년 말인 지금도 동쪽(러시아) 강둑에 있는 쌍둥이 도시 이반고로드로 오가는 사람들의 왕래가 끊이지 않았다. 이 국경은 2022년부터 차량 통행이 금지되었는데, 표면적으로는 건설 공사 때문이었지만 3년 후인 11월 중순에도 공사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다리에는 탱크 방호벽, 몇 초 만에 닫히는 전자식 게이트, 그리고 사방에 촘촘히 설치된 철조망이 강화되었다.

The bridge leading from Narva to Russia's Ivangorod (in the distance), now barricaded with anti-vehicle barriers, is still open to pedestrian traffic under strict conditions in late 2025. (Linus Höller/staff)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거의 사용되지 않는 철도 다리가 나르바 강이 깎아 만든 협곡을 가로지르며 두 나라를 연결하는 또 다른 물리적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년이 된 2023년 1월 1일부터 에스토니아는 동쪽을 오가는 모든 국경 철도 운행을 중단했다.

칼라슈니코프 소총을 어깨에 메고 두꺼운 위장복을 입은 러시아 국경 경비병 한 명이 지루한 표정으로 쌍안경을 통해 이 기자를 관찰하고 있었다. 그는 추위를 무릅쓰고 강 건너편에서 얼마 안 되는 어획량을 올리는 러시아 어부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있었다. 한때 북적였던 이 철도 다리에는 그 병사 외에는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A Russian border guard looks through his binoculars at the railroad bridge across the border between Narva, Estonia, and Ivangorod, Russia in November 2025. (Linus Höller/staff)








도시 바로 남쪽, 한때 13,000명의 직원을 고용했던 버려진 소련식 방직 공장 옆에는 강을 가로지르는 댐이 있다. 날카로운 철조망과 마주 보는 두 개의 감시탑, 수많은 카메라, 그리고 밝은 노란색 바탕에 커다란 빨간색 느낌표가 있는 경고 표지판이 보여주듯이, 이곳은 국경을 넘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11월 말 어느 바람 부는 날, 이 댐에는 몇몇 사람들이 울타리 바로 앞에서 서성거리며 러시아어로 통화하고 있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이 반도는 러시아의 이동통신망에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을 만큼 뻗어 있어서 러시아 번호로 국내 통화를 할 수 있는 것 같다. 지정학적 요인으로 인해 이전에는 허술했던 이 국경은 더욱 굳건해졌지만, 그 사이를 오가는 연결 또한 마찬가지로 견고해졌다.

The dam in the south of Narva is heavily guarded, but also serves as a point from which Estonians can connect with Russia's mobile networks. The Orthodox church in the distance stands on Russian soil. (Linus Höller/staff)








하지만 국경을 유지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많은 국경 검문소가 무기한 폐쇄되었고, 일부는 보행자나 특정 유형의 여행객에게만 개방되었으며, 제재로 인해 국경을 넘나드는 경제 활동이 사실상 중단되었다.

국경 자체도 강화되고 있다.

메르디케스는 "국경 건설 작업이 현재 진행 중입니다."라고 말했다. 현대식 울타리가 이미 대부분의 육로 국경에 설치되었다. 사트세 지역에서는 울타리의 모든 구간을 감시할 수 있도록 끊김 없는 카메라망을 구축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메르디케스는 "우리의 목표는 국경 전체에 감시망을 구축하여 발생 시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무슨 일이 발생하더라도 우리가 국경에서 가장 먼저 상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발트해 요새

국경 울타리 너머로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가 협력하여 '발트해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2024년 1월에 발표되었으며, 현재 발트 3국 전역에서 건설이 진행 중이다.

주된 목적은 러시아의 침공을 억제하고, 필요시 지연시키는 것으로, 대전차 장애물, 드래곤 투스(용의 이빨), 철조망, 벙커, 그리고 필요시 지뢰를 매설할 수 있는 구역 등으로 구성될 것이다. 에스토니아는 러시아와의 국경을 따라 600개의 벙커를 건설할 계획이며, 다른 발트 3국들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에스토니아 정부에 따르면, 이러한 계획은 국가 간, 그리고 나토(NATO)의 틀 안에서 다자적으로 조율되고 있다.

에스토니아 국방투자센터(ECDI)는 대규모 평시 건설 프로젝트 개요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점령한 영토를 되찾는 것이 극도로 어렵고 막대한 인명, 시간, 물자를 소모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며, "장비, 탄약, 인력 외에도 국가를 효율적으로 방어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시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에스토니아는 이 프로젝트에 약 6천만 유로(7천만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국방투자센터 인프라 책임자인 카디-카이 콜로에 따르면, 프로젝트는 2027년 말까지 완료될 예정이다. 이는 주요 방어 시설의 후방 방어벽 역할을 할 모듈식 벙커 개발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로 인해 약 1년 정도 지연된 것이다.

ECDI 보고서는 "러시아의 군사력 재건 속도에 대한 다양한 예측이 나오고 있는 만큼, 우리는 이 시간을 현명하게 활용해야 한다. 필요한 모든 준비를 할 시기는 바로 지금"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 남은 소련의 흔적들

The main avenue of the formerly secret city of Sillamäe, Estonia, has seen better days. (Linus Höller/staff)






실라매에 있는 소련 시대 건축물인 웅장한 스탈린주의 양식의 문화회관에는 주황색 바탕에 파란색 삼각형이 그려진 눈에 띄는 표지판이 걸려 있다. 에스토니아 곳곳의 마을에 설치된 이 표지판은 해당 건물에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는 방공호가 있음을 나타낸다. 이 표지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로 인해 2022년 6월에 스토니아에 퍼진 공포의 직접적인 결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6개월 만에 6만 명이 넘는 주민들을 위한 방공호가 이 표지판에 따라 표시되었다. 전쟁이 발발할 경우, 이들은 제2차 세계 대전 당시의 요새, 주차장, 학교와 병원 지하 등에 피난처를 찾게 될 것이다.

실라매는 동쪽의 거대 이웃 국가인 소련과의 복잡한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도시다. 에스토니아 북부 해안에 위치한 이 도시는 소련에 의해 철저한 비밀리에 건설되었다. 이곳에는 소련의 주요 우라늄 농축 시설 중 하나가 있었으며, 7만 개의 소련 원자폭탄과 제국 영토 곳곳에 세워진 민간 원자력 발전소의 연료를 생산했다.

소련 시절, 실라매는 폐쇄 도시였다. 어떤 공식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았고, 들어가려면 특별 허가가 필요했다.

"그 당시에는 상점에 물건이 항상 풍족해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살 수 있었어요." 1985년 고르바초프 소련 총리의 급진적인 개혁 정책이 모든 것을 바꾸기 직전에 이곳으로 이주한 주민 라리사는 회상했다. 오늘날 실라매는 거의 잊혀졌고,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웅장한 노동자 아파트 단지는 허물어져 가고 있다.

Narva, Estonia, in November 2025. (Linus Höller/staff)








소련 시절이 더 나았는지, 아니면 지금 유럽 연합에서의 삶이 더 나았는지 말하기는 어렵다고 라리사는 말했다. "사람들은 적응하니까요."

국경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실라매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라리사도 원래 우크라이나 출신이지만 집에서는 러시아어를 쓴다. 남편의 운전기사 일을 따라 이곳으로 이사 왔을 당시에는 모든 것이 하나의 나라였다.

"제 조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요." 그녀는 일요일 아침, 마을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인 발트해 해안 산책로를 따라 산책하며 말했다. 그녀의 여권은 에스토니아와 우크라이나 여권이다. 동쪽으로 불과 25km 떨어진 국경은 그녀에게는 아득한 옛날이야기일 뿐이다.

"수년 동안 국경을 넘은 적이 없어요. 넘을 이유도 없고요." 그녀는 말했다. "국경이 아직도 열려 있는지조차 몰라요."

침공에 대한 우려

바로 이곳, 특히 국경 바로 옆에 있는 나르바에서 일부 분석가들은 푸틴이 2014년 크림반도 합병 당시처럼 서방의 결의를 시험하기 위해 소규모 침공을 시도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이 지역은 민족적으로 러시아계가 주를 이루며, 주민들은 대부분 러시아어를 사용한다.

독일 연방정보국(BND) 국장 브루노 칼은 푸틴 대통령이 나토 조약 5조에 명시된 집단방위 조항에 대한 나토의 결의를 시험하기 위해 그러한 시나리오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나토 회원국들이 러시아와의 전쟁에 참여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회색지대 분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 특히 에스토니아인들은 그러한 시나리오가 관련된 위험과 에스토니아가 취한 예방 조치를 고려할 때 가능성이 낮다며 반발하고 있다.

에스토니아 정부는 자국을 방어할 것이며 동맹국들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칼 정보국장은 6월 독일의 테이블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대통령이 탈린, 리가, 빌뉴스를 위해 목숨을 걸겠습니까?"라고 반문하며 "우리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고 확신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정보도 있습니다. 나토의 집단 방위 약속이 도전을 받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나토와 러시아가 맞닿은 광활한 국경선의 이곳 에스토니아 국경에서든, 혹은 그 외 다른 곳에서든, 혹은 아예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에스토니아 국경은 당분간 긴장 상태를 유지할 것이다. 새로운 울타리가 세워지고, 벙커가 매설되고, 국경을 넘나드는 연결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러한 상황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러시아가 바로 동쪽에 주둔해 온 것은 오랜 세월 동안 변함없는 사실이다. 사트세 국경 경찰서장 메르디케스는 "모든 일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국경을 순찰하는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국경 지역은 비교적 평온하지만, 우리는 항상 대비하고 위협 수준의 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