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홀 공략을 고심하고 있는 유현조. 사진 제공=KLPGA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상반기 마지막 대회인 오로라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을 앞두고 열린 기자 회견 자리에서
유현조
는 “우승을 하고 나서 내게 100점을 주고 싶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14개 대회에 출전해 ‘톱10’ 10회를 기록하면서도 정작 우승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유현조는 하반기 마침내 우승의 꿈을 이뤘다. 그것도 작년 신인 때 우승했던 메이저 KB금융 스타 챔피언십에서 2연패를 달성했다. ‘톱10’ 횟수도 19회로 늘리고 대상과 평균 타수 1위까지 차지했다. 하지만 시즌을 마치고 나서는 말을 바꾸었다.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유현조는 “골프에서 평생 100점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아쉬움이 남는 게 골프”라는 것이다. 우승을 놓치는 과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상금 1위 자리를 놓치면서 ‘주요 타이틀 3관왕’을 완성하지 못한 점도 아쉬웠을 것이다.

그린 경사를 파악하고 있는 황유민. 사진 제공=대홍 기획
유현조와 달리 시즌을 마치고 한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당당히 100점을 준 선수가 한 명 있다. 바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에서 초청 선수로 출전해 턱하니 우승을 차지한
황유민
이다. “목표했던 다승과 LPGA 시드를 확보해 100점을 주고 싶은 해”라고 했다. 올해 황유민은 시작과 끝이 모두 좋았다. 3월 폭스콘 대만여자프로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면서 기세등등하게 시즌을 열어젖혔고 중반 한때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KLPGA 투어 시즌 최종전인 대보 하우스디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화룡점정’했다. 하지만 황유민이라고 아쉬움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신에게 100점을 준 것은 분전한 ‘2025년 황유민’을 위로하는 동시에 ‘2026년 황유민’을 격려하는 의미일 것이다.
골프 선수들이 자신에게 100점을 줄 때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경우가 많다. 2021년 시즌을 마치고 은퇴를 택한
김하늘
은 당시 자신의 골프 인생에 100점을 주면서 “단 1점도 빼고 싶지 않다. 정말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린 경사를 읽고 있는 박민지. 사진 제공=KLPGA
김하늘처럼 굴곡이 심한 선수 생활을 한 한국여자골퍼도 별로 없을 것이다. 특히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 데뷔 첫해인 2015년 초반 극심한 난조가 있었는데, 데뷔전을 시작으로 17개 대회에서 한 번도 ‘톱10’에도 오르지 못하는 부진을 겪었다. 하지만 그 위기를 넘어섰고 일본에서만 6승을 거뒀다.
2023년
박민지
도 자신에게 100점을 주고 싶다고 한 적이 있다. 상금 12위, 대상 포인트 9위, 평균 타수 14위 등 2023년은 박민지에게 썩 만족할 만한 해는 아니었다. 2021년 6승을 거두며 상금 왕에 오르고도 자신에게 94점을 줬던 박민지였다. 그럼에도 자신에게 만점을 준 건 ‘2023년 박민지’를 위로하고 ‘2024년 박민지’를 독려하는 차원이었을 것이다.

그린을 파악하고 있는 유이나. 사진 제공=대홍 기획
올해 힘겨운 LPGA 신인의 해를 보낸
윤이나
도 자신에게 100점을 줬던 때가 있었다. 2024년 징계에서 풀리고 첫 출전한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에서 공동 34위로 대회를 마친 후다. 성적은 만족하지 못했을 수 있지만 심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무척 힘들었을 복귀전을 무사히 완주하고 무엇보다 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된 자체만으로도 무척 행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윤이나는 시즌을 마치고 한 인터뷰에서는 자신에게 68점을 주고 싶다고 했다. 분명 자신의 골프가 성장한 것은 맞지만 원하는 목표에는 아직 턱없이 모자라다고 자평한 것이다. 68점이라는 야박한 점수는 내년에는 100점 짜리 맹활약을 하고 싶다는 의지가 담겨있을 수도 있다.
이제 2025년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나이가 들수록 가슴 깊이 닿는 생각은 새해에 대한 설렘이나 기대보다는 가는 해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가 더 커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후회와 아쉬움의 한 숨보다는 설렘과 희망의 웃음이 필요하다. 골프도 인생도 계속 되어야 한다. 100점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