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최고상은 노벨상? 상금은 밀렸지만, 권위는 여전

하이커뮤니티매니져 0 19 10.08

상금은 ‘실리콘밸리 노벨상’ 브레이크스루상이 1위

“여전히 다른 과학상의 기준 되는 최고상으로 평가

수학·공학·기후과학 배제, 여성 수상 적은 것도 한계”

노벨상 수상자들에게 수여되는 메달./노벨 재단

6일 노벨 생리·의학상을 필두로 7일 물리학상, 8일 화학상 수상자가 발표된다. 과학계는 노벨상의 관문으로 불리는 다른 과학상을 받은 사람 중에 누가 노벨상 수상자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래스커상, 브레이크스루상, 울프상은 이미 많은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했기 때문이다.

노벨상은 한동안 상금도 최고였지만, 지금은 3위에 그친다. 그렇다면 최근 신설된 과학상들이 이제 노벨상을 뛰어넘을까. 과학계는 수상 대상이 한정적이고 여성 수상자가 적다는 한계가 있지만, 여전히 최고 과학상으로 평가한다. 그동안 수상자들의 업적이 노벨상의 권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새로운 과학상 나와도 노벨상 아류로 평가

120년을 훌쩍 넘는 역사를 가진 노벨상은 과학계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의 생명공학자인 로버트 랭거(Robert Langer) 교수는 지난 3일 네이처지에 “아직은 노벨상에 필적할 만한 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세계적인 과학상으로 꼽히는 브레이크스루상, 교토상, 카블리상, 엘리자베스여왕 공학상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내 생각에는 그 수준에 도달한 상은 없다”고 했다. 지난해 카블리 천체물리학상 수상자인 사라 시거(Sara Seager) MIT 교수도 “다른 상들이 따라잡으려 하지만, 현재로선 노벨상이 훨씬 앞서 있다”며 “최초의 상이었고, 그 어떤 상도 경쟁 상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노벨상은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스웨덴의 과학자, 기업인인 알프레트 노벨(1833~1896)의 유언에 따라 제정됐다. 노벨은 다이너마이트로 벌어 들인 막대한 재산을 인류 복지에 크게 공헌한 사람들에게 주고자 했다.

그의 유언에 따라 노벨 재단이 설립돼 매년 생리·의학과 물리학, 화학, 문학, 평화상을 수여하고 있다. 1969년부터는 스웨덴 중앙은행이 노벨을 기리기 위해 경제학상을 추가했다. 참고로 1901년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1회 시상식에서 엑스(X)선을 발견한 독일의 빌헬름 콘라트 뢴트겐이 물리학상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노벨상 시즌이 되기 전 어떤 학자가 노벨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지 점친다. 가장 유력한 후보들은 '노벨상 관문'이라 불리는 래스커상, 브레이크스추상, 울프상(왼쪽부터)을 이미 수여한 수상자다./각 재단

노벨상의 권위는 다른 상에 붙는 수식어에서 알 수 있다. 튜링상(Turing Award)은 종종 ‘컴퓨터과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브레이크스루상(Breakthrough Prize)은 ICT(정보통신기술) 업계 거물들이 만들었다고 ‘실리콘밸리 노벨상’, 2013년 첫 수상자를 낸 엘리자베스 여왕 공학상(Queen Elizabeth Prize for Engineering)은 ‘공학계의 노벨상’이라고 한다.

래스커상(Lasker Award)은 미국 래스커 재단이 의학·공중보건 연구 분야 연구에 공헌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권위 있는 상으로, ‘미국의 노벨상’이라 불린다. 실제로 1945년 이래로 래스커상을 받은 수상자 중 95명이 노벨상까지 받았다.

◇상금은 3위, 수학공학여성 소외도 문제

물론 상금 규모는 노벨상이 최고가 아니다. 브레이크스루상은 상금이 300만달러(약 42억원)이고, 대만의 탕상(Tang Prize)은 160만달러(22억원), 노벨상과 홍콩의 쇼상(Shaw Prize)은 각각 120만달러(17억원)를 수여한다.

노벨상이 일부 과학 분야에만 상을 준다는 비판도 있다. 수학이나 공학, 기후과학 등 오늘날 세상에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과학 분야가 노벨상에서는 배제됐다. 이 때문에 수학계 최고상은 2022년 한국계 수학자인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받은 필즈상(Fields Medal)이다.

컴퓨터과학에서도 튜링상이 최고 권위상으로 꼽힌다. 시거 MIT 교수는 “수많은 훌륭한 발견에도 노벨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며 “카오스 이론, 일명 나비 효과를 규명한 수학자이자 기상학자인 에드워드 로렌츠(Edward Lorenz)가 그 예”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과학상들의 상금 비교. 실리콘밸리 노벨상으로 불리는 브레이크스루상이 1위이고, 노벨상은 홍콩 쇼상과 함께 공동 3위이다./Nature

수상자들이 유럽과 북미의 백인 남성 중심인 것도 많은 비판을 불렀다. 영국의 여성 천문학자인 조슬린 벨 버넬(Jocelyn Bell Burnell)이 노벨상을 받지 못한 일이 대표적인 예이다. 벨 버넬은 1967년 대학원생 시절 라디오 펄서를 발견했다. 별이 소멸하는 마지막 단계인 중성자별에서 나오는 주기적인 전파 신호를 포착한 것이다. 이 성과는 1974년 노벨 물리학상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수상자는 그녀의 지도교수인 앤서니 휴이시(Antony Hewish) 케임브리지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과학계는 당시 벨 버넬은 대학원생이자 여성이어서 노벨상 수상자에 포함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본다. 영국 물리학연구소장을 지낸 벨 버넬는 발견 50년 후인 2017년 라디오 펄서 발견 업적으로 브레이크스루상을 수상했다.

영국의 여성 과학자 로절린드 프랭클린(Rosalind Franklin)도 DNA 구조 규명에 가장 큰 계기가 된 X선 회절 사진을 찍고도 업적을 미국의 제임스 왓슨(James Watson)과 영국의 프랜시스 크릭(Francis Crick)에 뺏겼다. 왓슨과 크릭은 DNA 구조를 밝힌 공로로 1962년 노벨 의학상을 받았다. 프랭클린은 1958년에 세상을 떠나 생존자에게만 주는 노벨상 수상 자격이 없었지만, 살았다 해도 이미 학계의 편견에 밀려 수상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노벨상만 그런 게 아니다. 지난해 국제 학술지 ‘에디터’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1731년부터 2021년까지 과학 분야 전반에 걸쳐 수여된 8747개의 과학상 수상자 중 15.4%만이 여성이었다.

노벨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다양한 과학상들이 등장했다. 2012년 제정된 브레이크스루상은 수학, 기초 물리학, 생명과학 분야 수상자에게 300만달러라는 최대 상금을 수여한다. 탕상, 쇼상, 튜링상, 카블리상(Kavli Prize), 밀레니엄상(Millennium Technology Prize) 역시 100만달러 이상의 상금을 수여한다.

https://biz.chosun.com/science-chosun/science/2025/10/06/56NUP2SVPZBUVJB6UYJTYSC7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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