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신민재는 대주자 스페셜리스트로 시작해 주전 2루수로 성장했다. 1군 데뷔 초에는 주루 능력만 부각됐지만, 지금은 공격과 수비, 주루까지 3박자를 갖춘 6각형 내야수로 평가받는다. 26일 잠실구장서 열린 한화와 KS 1차전 6회말 2타점 적시타를 쳐낸 뒤 환호하는 신민재. 뉴시스
LG 트윈스 내야수 신민재(29)는 대기만성(大器晚成)의 상징과 같은 선수다. 인천고를 졸업하고 2015년 두산 베어스에 육성선수로 입단했지만, 2018년까지 1군 출전 기록은 전무했다.
퓨처스(2군)리그에선 2015년 87경기에 출전해 타율 0.245, 홈런 없이 14타점, 24도루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2016년 8경기에만 나선 뒤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했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무대를 밟았던 당시 두산의 전력은 무척 탄탄했고, 신민재가 비집고 들어갈 자리는 없었다. 결국 2018년 KBO리그 2차 드래프트에서 LG의 지명을 받고 새롭게 출발하게 됐다.
1군 데뷔 첫해인 2019년부터 전문 대주자로 나섰다. 81경기에서 10도루를 채웠다. 2020년에는 68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8(26타수 8안타), 5타점, 8도루를 올렸다. 그러나 당시에는 한계가 명확했다. 스피드는 뛰어났지만, 주루 센스가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주자 이외의 활용폭도 모호했다. 이후 1군 출전 기회가 점점 줄었다. 2021년 32경기, 2022년 14경기 출전에 그쳤다.

LG 신민재는 대주자 스페셜리스트로 시작해 주전 2루수로 성장했다. 1군 데뷔 초에는 주루 능력만 부각됐지만, 지금은 공격과 수비, 주루까지 3박자를 갖춘 6각형 내야수로 평가받는다. 26일 잠실구장서 열린 한화와 KS 1차전 6회말 안타를 쳐낸 뒤 타구를 응시하는 신민재. 뉴시스
2023년 부임한 염경엽 LG 감독과 만남은 다신 없을 기회였다. 염 감독은 주루 능력이 뛰어난 선수의 활용폭을 극대화하는 사령탑이다. 신민재도 그 역할로 2023시즌을 시작했는데, 그해 12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7(282타수 78안타), 28타점, 37도루를 기록하며 팀의 통합우승(정규시즌+KS)에 일조했다. 덕분에 1군 주전선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지난해엔 12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7, 40타점, 32도루로 커리어 하이를 써냈다. 대주자 스페셜리스트에서 1군 선수로 완벽하게 거듭난 것이다.
올 시즌에는 135경기에서 타율 0.313, 1홈런, 61타점, 15도루의 성적을 거뒀다. 주전 2루수로 탄탄한 수비까지 뽐냈다. 콘택트 능력과 주루 센스, 수비력을 모두 입증하며 올 시즌 2루수 골든글러브 유력 후보로 손꼽히고 있다. ‘6각형 내야수’로 거듭난 것이다. 한화 이글스와 KS 1, 2차전서도 10타수 3안타(타율 0.300), 2타점의 좋은 타격감을 뽐냈다. 그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없다. 경기에 나서기 전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만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하려는 생각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루 능력만으로도 롱런할 수 있지만, 출전 기회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신민재는 피나는 훈련을 통해 수비력을 향상시킨 덕에 1군 경기에 나설 일이 많아졌고, 자신감이 쌓이자 고교 시절 장점으로 평가받았던 공격력도 더욱 살아났다. 그는 “정말 많은 감독, 코치님들께 배웠다. 각기 다른 점들을 많이 배운 것도 도움이 됐다”며 “지금의 김일경 수비코치님을 만난 뒤 그 동안 누적된 부분들을 바탕으로 수비에 눈을 뜬 것 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LG 신민재는 대주자 스페셜리스트로 시작해 주전 2루수로 성장했다. 1군 데뷔 초에는 주루 능력만 부각됐지만, 지금은 공격과 수비, 주루까지 3박자를 갖춘 6각형 내야수로 평가받는다. 26일 잠실구장서 열린 한화와 KS 1차전 5회말 3루로 달리는 신민재. 뉴시스
강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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