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34 먼저 넘었으나 2m36 기록 커에 역전 허용
2m38 승부수 무산…한국 육상 첫 역사는 다음으로

우상혁(29·용인시청).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한국 높이뛰기의 간판 '스마일 점퍼' 우상혁(29·용인시청)이 사상 최초 세계선수권 제패의 꿈을 눈앞에서 놓쳤다.
우상혁은 16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5 도쿄 세계 육상 선수권 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4를 넘어 '파리 올림픽 챔피언' 해미시 커(뉴질랜드·2m36)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동메달은 2m31의 얀 슈테펠라(체코)에게 돌아갔다.
우상혁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 육상 최초로 세계 실외 육상 선수권 금메달을 노렸으나 아쉽게 무산됐다. 2022년 유진 대회 은메달에 이어 세계 실외 선수권 개인 두 번째 은메달이다.
이번 메달은 한국 육상 역사상 세계선수권 3번째 메달이다.
3개 중 2개를 우상혁이 땄고, 나머지 한 개는 2011년 대구 대회 남자 20㎞ 경보에서 김현섭이 수확한 동메달이다.
김현섭은 대회 당시엔 6위를 했지만, 이후 앞선 기록 선수 3명의 금지 약물 복용 사실이 밝혀져 뒤늦게 동메달리스트로 인정됐다.
값진 메달이지만 기대했던 세계 선수권 금메달을 눈앞에 놓친 것은 아쉽다.
우상혁은 올 시즌 세계 실내 육상 선수권을 포함해 국제대회 '7전 7승'의 전승 행진도 끊겼다.
기대했던 정상 등극은 무산됐으나 이번 대회에서도 쾌조의 컨디션을 이어가며 지난해 파리 올림픽 7위의 아쉬움은 씻어냈다.

우상혁(29·용인시청). ⓒ AFP=뉴스1
예선에서 2m25를 넘고 가볍게 결선에 오른 우상혁은, 결선에 진출한 13명 중 가장 먼저 경기에 나섰다.
그는 앞선 예선에선 첫 점프였던 2m16을 한 차례 실패했는데, 이날은 2m20을 가뿐히 넘으며 예열했다.
이어 2m24 역시 1차 시기에 넘었다.
그러나 2m28에서 고비를 맞았다. 우상혁은 1차 시기에서 바를 쓰러뜨렸다. 이어진 2차 시기에서도 바가 흔들렸지만 간신히 넘어서며 다음 기회를 이어갔다.
2m28까지 마친 가운데 남은 선수는 7명이었다. 이 중 커와 도로슈크, 해리슨이 1차 시기에 성공해 공동 1위를 마크했고, 우상혁은 4위였다.
2m31도 우상혁이 가장 먼저 시도했지만 1차 시기를 실패했다. 커와 도로슈크, 해리슨을 포함한 모든 선수가 첫 시도에서 바를 넘지 못했다.
이어진 2차 시기에서 우상혁이 2m31을 넘으며 주도권을 잡았다.

우상혁. ⓒ AFP=뉴스1
이전 높이를 모두 한 번에 넘었던 커, 도로슈크, 해리슨이 2차 시기에서 실패하며 우상혁이 단숨에 1위로 올라섰다.
2m31을 넘은 선수는 우상혁을 포함해 4명뿐이었고, 먼저 2m34에 도전하게 됐다.
1, 2차 시기에서 실패한 우상혁은 3차 시기에 가장 먼저 성공하며 금메달이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커 역시 3차 시기를 성공시켜 금메달을 놓고 펼치는 마지막 승부가 이어졌다.

우상혁. ⓒ AFP=뉴스1
여기서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 우상혁이 2m36 1차시기를 실패한 반면, 커가 1차 시기에서 성공해 순위가 바뀌었다.
더 이상 2m36을 넘을 이유가 없어진 우상혁은 높이를 높여 2m38에 도전했으나, 2차례 모두 실패해 커의 우승이 확정됐다.
커는 지난해 세계 실내선수권과 올림픽에 이어 세계 실외 선수권까지 제패하며 명실상부 세계 높이뛰기 일인자로 자리매김했다. 너무도 잘했으나 우상혁은 아쉽게 은메달로 대회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