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처음 본 M87블랙홀, 4년만에 자기장 뒤집혀

하이커뮤니티매니져 0 5 09.16

한국천문연구원·UNIST 등 한국과학자들 연구 주도…역동적 변화 첫 포착

사건지평선망원경으로 관측한 M87 블랙홀 영상. 왼쪽부터 2017년, 2018년, 2021년 촬영된 사진다. 고리 위 가느다란 선은 자기장의 크기와 방향을 의미한다. 검은 부분인 블랙홀의 그림자와 바로 주변 빛의 고리 크기는 거의 일정하지만 가장 밝은 부분의 위치와 자기장의 방향 등이 시간에 따라 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HT Collaboration 제공

사건지평선망원경으로 관측한 M87 블랙홀 영상. 왼쪽부터 2017년, 2018년, 2021년 촬영된 사진이다. 고리 위 가느다란 선은 자기장의 크기와 방향을 의미한다. 검은 부분인 블랙홀의 그림자와 바로 주변 빛의 고리 크기는 거의 일정하지만 가장 밝은 부분의 위치와 자기장의 방향 등이 시간에 따라 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HT Collaboration 제공

한국 연구진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팀이 메시에 87(M87) 은하 중심부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Supermassive blackhole) 주변의 자기장 변화를 포착했다. 2021년에는 불과 4년 전인 2017년과 자기장의 회전 방향이 반대로 나타나는 등 블랙홀 인근 물질이 매우 역동적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

우주항공청과 한국천문연구원,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대규모 국제 공동 프로젝트인 사건지평선망원경(EHT) 연구를 통해 M87 은하 중심부 초대질량 블랙홀의 그림자와 빛의 고리 구조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고 16일 밝혔다. EHT는 내년 '블랙홀 동영상화' 작업도 추진한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천문학과 천체물리학' 9월호에 공개됐다.

M87 블랙홀은 지난 2017년 인류 역사상 처음 이미지화돼 인류에게 그 모습을 드러낸 블랙홀이다. M87 블랙홀이 있는 M87 은하는 지구에서 약 5500만 광년(1광년은 빛의 속도로 1년간 이동한 거리) 떨어진 처녀자리 은하단 중심부에 있는 거대한 타원 은하다.

M87 블랙홀 데이터를 관측하고 이미지화하는 데 성공한 EHT는 전세계에 산재한 전파망원경을 연결해 지구 크기의 가상 망원경을 만들어 블랙홀의 영상을 분석하는 국제협력 프로젝트다. 프로젝트 이름인 사건지평선(event horizon)은 블랙홀의 강한 중력 등으로 내부의 사건이 외부에 영향을 줄 수 없는 것으로 알려진 경계면을 말한다.

천문연과 경희대, UNIST를 주축으로 한 국내 연구진은 2017년, 2018년, 2021년 관측 자료를 집중 분석했다. 특히 자체 개발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블랙홀 주변 자기장 모습의 변화에 주목했다.

2017년(왼쪽)과 2021년(오른쪽) M87 블랙홀 주변 편광(특정 방향으로만 진동하는 빛) 방향을 설명하는 이론 모델 중 하나를 나타낸 그림. 가운데 검은색 원은 M87 블랙홀, 흰색 막대는 관측된 빛의 고리의 편광 방향, 검은색 실선은 자기장의 방향을 나타낸다. 모델에 따르면 편광 방향의 패턴이 뒤집히면서 블랙홀 주변 자기장의 방향도 변한다. EHT Collaboration 제공

분석 결과 블랙홀 중심부의 검은 부분인 그림자와 그 주변 빛의 고리 크기는 일정했지만 빛의 고리가 나타내는 방향은 변화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2021년에는 블랙홀 주변 자기장의 회전 방향이 2017년과 반대로 나타났다. 불과 4년 만에 뒤집힌 것이다.

연구 목표 설정과 데이터 분석 등 프로젝트 전반에 기여한 김재영 UNIST 물리학과 교수는 "사건지평선 주변에서는 고온·고압 플라즈마가 순식간에 블랙홀로 떨어지거나 분출한다"며 "이 흐름이 주변을 휘저어 편광(특정 방향으로만 진동하는 빛) 변화를 만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런 현상을 이해하려면 기존 모델을 넘어서는 정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에 참여한 미하일 얀센 네덜란드 라드바우드대 교수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다시 확인하면서도 예상치 못한 복잡한 자기장 구조가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EHT는 2017년부터 2018년, 2021년, 2022년, 2024년, 2025년까지 매년 M87 블랙홀을 관측하며 새로운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2026년에는 세계 최초로 블랙홀의 단기 변화를 관측해 동영상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기존 연간 1장에서 2026년 중 3개월간 2주에 1장의 이미지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관측 데이터를 확보해 동영상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천문연이 운영하는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이 직접 참여한다.

김 교수는 "EHT 연구진이 매년 망원경 확충과 장비 업그레이드, 새로운 알고리즘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앞으로 우주와 지상, 지상과 월면에 걸친 전파망원경으로 더 먼 블랙홀 영상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손봉원 천문연 책임연구원은 "이번 결과를 비롯한 주요 연구를 한국의 젊은 연구자들이 이끌고 있고 차세대 핵심 기술 개발도 한국이 주도한다"며 "EHT 블랙홀 연구에서 한국은 이제 핵심 국가라 자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경인 우주청 우주과학탐사부문장은 "이번 성과는 블랙홀이라는 우주의 극한 환경을 이해하는 데 한 걸음 더 다가선 중요한 결과"라며 "앞으로도 세계적 수준의 우주 관측 연구를 통해 인류의 지식 지평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74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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