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홍창기가 14일 잠실 KIA전 대타로 나와 복귀 이틀 만에 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LG 트윈스 제공
LG 홍창기는 스스로도 시즌 중 복귀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지난 5월13일 우익수로 파울 플라이 수비 도중 1루수 김민수와 충돌해 무릎을 심하게 다쳤다. 인대파열 진단이 나왔고, 이번 시즌은 이대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 홍창기가 돌아왔다.
홍창기는 13일 복귀전 대타로 나선 첫 타석부터 안타를 때렸고, 14일 이틀째 대타 타석에서는 희생 플라이로 복귀 후 첫 타점을 올렸다. 홍창기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잠실 LG팬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큰 함성으로 그의 복귀를 반겼다.
14일 잠실 KIA전 14-0 대승 후 취재진과 만난 홍창기는 “사실 어제(13일)는 너무 긴장을 많이 해서인지 팬들 함성이 잘 안 들렸다. 오늘은 많이 들리더라. 너무 감사하고,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홍창기는 5월 부상 당시를 돌이키며 “콜을 더 과감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아예 처음부터 (수비를) 포기할 걸 그랬나 생각도 했다. 결국 내 부주의였고 (김)민수와 소통을 더 많이 해야 했다. 어차피 다쳤으니 재활 잘 해서 최대한 빨리 돌아올 수 있도록 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대한 빠른 복귀를 다짐했지만, 그게 이번 시즌 중이 될 거라고는 본인도 생각하지 못했다. 홍창기는 “처음 진료 때는 (복귀는) 빨라야 10월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수술 진단을 받았을 때 올 시즌은 이렇게 끝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부상 후) 한 달 후 많은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수술 이후 재활을 시작할 때부터 다른 사례에 비해 무릎을 굽혔다 펴는 각도가 더 좋았고, 통증도 심하지 않았다. 홍창기는 시즌 중 복귀를 위해 이후 재활에만 매달렸다.
홍창기가 빠진 사이 LG는 부침은 있었지만 결국 1위로 치고 올라섰다. 홍창기는 “당연히 다시 1위 할 거라고 생각하고 바깥에서 야구를 봤다. 쉽지만은 않았지만, 우리 선수들이 워낙 다 좋은 선수들이다”면서 “돌아올 때 1위를 하고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부상 공백이 짧지 않았지만 염경엽 LG 감독의 신뢰는 여전히 두텁다. 적응 기간만 끝나면 홍창기를 곧장 원래의 1번 자리로 올린다는 계획이다. 홍창기가 빠진 동안 리드오프로 맹활약했던 신민재를 2번으로 내린다. 홍창기는 “타순은 사실 별로 생각 안해봤다”며 “1번에서 치다가 내가 안 좋으면 2번 가도 되고 9번 가도 된다. (신)민재도 좋고 (문)성주도 좋고 (박)해민이 형도 좋다. 모든 선수가 저보다 경기 감각도 더 좋을 테니 타순은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2016년 데뷔한 홍창기는 지난 몇 년 동안 KBO리그 최고의 리드오프로 활약을 이어왔다. 어느새 프로 10년 차 베테랑이다. 그런 그도 부상 복귀 후 첫 타석은 떨렸다. 데뷔전만큼 떨렸다. 홍창기는 “너무 긴장돼서 다리가 없는 느낌이었다”고 웃었다.
공백은 길었지만, 돌아온 시점이 절묘하다. 홍창기가 본래의 자리에서 가진 기량을 내보인다면 LG는 시즌 막판 선두 싸움에서 한층 더 힘을 받을 수 있다. 가을 무대에서 홍창기에게 거는 기대도 당연히 크다.

잠실 | 심진용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