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도로공사 선수들이 8일 경북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V리그 1라운드 6경기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여자배구 2025∼2026시즌 V리그 1라운드 일정이 11일 현대건설과 지에스(GS) 칼텍스의 경기 만을 남겨둔 가운데, 시즌 초반 순위판 지각 변동이 심상치 않다. 개막 전 우승후보로 꼽힌 한국도로공사와 아이비케이(IBK) 기업은행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고, ‘디펜딩챔피언’ 흥국생명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0일 기준 여자부 순위를 보면, 도로공사가 5승1패, 승점13점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 기업은행은 1승5패, 승점5점으로 최하위다. 두 팀은 시즌 개막 전 미디어데이에서 감독들이 뽑은 우승 후보다. 당시 7개 구단 감독들은 기업은행(5표)과 도로공사(2표)를 우승 후보로 점찍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경계대상 1호’ 였던 기업은행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다. 기업은행은 개막 전 열린 코보컵에서 9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며 기세를 올렸지만, 정작 리그에선 충격의 연패를 당했다. 기업은행은 시즌 개막 직후 예상치 못한 부상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3년 총액 21억원을 들여 영입한 이소영이 어깨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며 계약을 해지했고, 주전세터 김하경마저 7일 흥국생명 전에서 발목 부상을 당했다. 아울러 191cm 장신 아웃사이드히터 알리사 킨켈라(등록명 킨켈라)도 발목 부상을 안고 치료와 출전을 병행하고 있어 기량이 들쭉날쭉하고, 대표팀 공격수 육서영은 초반 6경기 40득점에 그치며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김종민 감독이 이끄는 도로공사는 1라운드 첫 경기 패배 뒤 5연승을 달리며 단독 선두에 올랐다. 도로공사는 예상대로 에이스 강소휘와 검증된 외국인 거포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 아시아 쿼터 타나차 쑥솟(등록명 타나차)이 막강 공격 삼각편대를 형성하며, 상대 코트를 초토화하고 있다. 베테랑 미들블로커 배유나가 부상으로 빠졌지만, 특급 유망주 이지윤과 김세빈이 기대 이상으로 잘 해주면서 공백을 지우고 있다. 김종민 감독은 “우리 팀은 (배)유나가 기둥이다. (부상에서)돌아온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팀이 될 것”이라면서도 “지금 선수들이 잘하고 있으니 (무리하게)빨리 복귀시킬 생각은 없다”고 했다.

장소연 페퍼저축은행 감독이 9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정관장과의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디펜딩챔피언’ 흥국생명의 부진과 ‘만년 꼴찌’ 페퍼저축은행의 선전도 흥미롭다. 김연경의 은퇴로 전력 누수가 생긴 흥국생명은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 미들블로커 이다현을 잡았지만, 초반 고전을 면치 못하고 6위(2승4패, 승점7점)로 떨어졌다. 새 외국인선수 레베카 라셈(등록명 레베카)과 아시아쿼터 아날레스 피치(등록명 피치)도 기대에 못 미친다.
반면 창단 이후 4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던 페퍼저축은행은 4승2패, 승점10점으로 단숨에 2위에 오르며 시즌 초반 이변을 만들고있다. 리그 1위 도로공사의 유일한 1패 역시 페퍼저축은행이 안긴 것이다. 장소연 감독이 이끄는 페퍼저축은행은 외국인 거포 조이 웨더링턴(등록명 조이)과 일본 대표팀 출신 아시아쿼터 시마무라 하루요의 활약을 앞세워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박은서의 깜짝 공격력과 고예림의 안정적인 수비도 팀 상승세를 거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