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관장 세터 최서현은 치열한 노력 끝에 기회를 쟁취했다. 싱그러운 스물 청춘이 정관장의 코트에 에너지를 가득 불어넣고 있다. 사진제공|KOVO

정관장 세터 최서현은 치열한 노력 끝에 기회를 쟁취했다. 싱그러운 스물 청춘이 정관장의 코트에 에너지를 가득 불어넣고 있다. 사진제공|KOVO
2023년 V리그 여자부 신인드래프트가 끝났을 때만 해도 장밋빛 내일을 꿈꿨다. 2005년생 세터 최서현은 1라운드 6순위로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았다. 코트보다 웜업존을 지킨 날이 대부분이었다. 두 시즌 간 3경기, 4세트 출전에 그쳤다.
최서현은 6월 30일 자유계약(FA) 신분이 됐다. 물론 표현만 FA였을 뿐, 선택의 폭은 존재하지 않았다. 설 자리가 없어 보였다. 진로 변화를 심각하게 고민할 때 정관장이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열린 두 번째 기회, 최서현은 놓치지 않고 부지런히 날갯짓을 하고 있다.
최서현은 어엿한 2025~2026시즌 정관장의 주전 세터다. 베테랑 염혜선과 김채나가 부상 이탈한 정관장은 ‘코트의 사령관’ 중책을 그에게 맡겼다. 고희진 감독의 결정은 옳았다. 9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페퍼저축은행과 홈경기서 영리하고 기민한 볼배급으로 팀 승리를 진두지휘했다.
외국인 주포 엘리사 자네테는 물론, 미들블로커(센터) 콤비 정호영-박은진을 고루 활용하는 인상적인 플레이를 했다. 때론 해결사 역할도 했다. 서브 3점을 포함, 5득점을 뽑았다. 특히 최서현은 최근 5경기 연속 서브 에이스를 성공시켰다. 본래 서브가 약점이었으나 완전히 다른 선수로 변신한 그 덕분에 정관장은 예상을 깨고 정규 1라운드를 3승3패로 마쳤다.
물론 오늘의 영광은 어제의 치열한 노력의 산물이다. 정관장의 훈련은 혹독하기로 정평이 났다. 단, 보상도 확실하다. 견디고 버티면 꼭 기회가 주어진다. 잘 알려지지 않던 선수가 주전으로 뛰고, 태극마크까지 다는 상황은 정관장에선 꽤 흔하다.
프로 3년차로 영플레이어상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최서현은 “뛰지도 못한 날 붙잡아준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배구를 당장 그만둬도 한 번은 제대로 뛰고 싶었다. 힘든 훈련만큼 몸도 잘 만들어졌다. 보답하고 싶어 더 열심히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이다. 갈길이 멀다. 더 증명해야 하고 기복도 줄여야 한다. “난 많이 부족하다. 특히 컨트롤을 더 세밀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그럼에도 고 감독은 “머리가 좋다. 임무를 주면 잘 따라준다. 실수해도 주눅들지 않고 과감하게 뛴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역경을 스스로 기회로 바꾼 ‘싱그러운 스물 청춘’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남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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