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상우는 전성기만한 기량은 아니지만, 불펜 뎁스가 헐거운 이번 FA 시장에서 득을 볼 수도 있다 ⓒ곽혜미 기자
▲ 골든글러브 유격수인 박찬호는 공수주 모두에서 타 팀이 관심을 가질 만한 기량을 가졌다 ⓒ곽혜미 기자
KIA가 내년 성적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사실 두 선수는 팀으로서는 붙잡아야 할 선수들이다. 박찬호는 오랜 기간 팀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다. 팀 내야 수비의 핵심이었다. 박찬호는 최근 6년 동안 못해도 한 시즌 130경기 이상에 나갔다. 절대적인 출전 비중이었다. 이말은 즉, KIA는 지금까지 박찬호의 후계자가 될 만한 선수들을 유격수 자리에서 심도 깊게 테스트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조상우도 올해 불펜 72경기에서 60이닝을 던졌다. 역시 비중이 컸다.
박찬호는 당장 2026년 프리에이전트 시장의 최대어 중 하나로 뽑힌다. 입단 이후 지금까지 쭉 KIA를 위해 뛴 선수이기도 하다. KIA는 현재 양현종 나성범 김선빈 김태군 등 베테랑 선수들과 김도영을 대표로 하는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이 혼합되어 있다. 상대적으로 중간급 선수들이 부족하다는 점이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도 제법 큰 비중을 가지고 있는 선수다.
이범호 KIA 감독은 박찬호의 에너지와 수비적인 측면을 고려해 지금까지 계속 주전 유격수를 맡겼다. 몇몇 젊은 선수들이 떠오르기는 하지만, 당장의 성적을 생각하면 박찬호가 빠질 때 그 공백을 100% 메울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현장에서, 특히 이범호 감독은 당연히 잔류를 원할 것이다. 프런트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웬만하면 잡아야 할 선수라는 공감대는 형성되어 있다. 다만 시장에서 경쟁이 붙는다면 장담할 수는 없는 문제다. 원해도 안 될 수 있다는 의미다.
▲ KIA도 박찬호가 필요한 구단 중 하나지만, 경쟁이 붙는다면 잔류를 장담할 수는 없다 ⓒKIA타이거즈
올해 유격수 보강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구단들이 1~2개 있고,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가뜩이나 비FA 다년 계약이 활성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리그를 이끌어가고 있는 몇몇 젊은 유격수들이 시장에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당분간은 희소가치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골든글러브 유격수가 시장에 나오는 당분간은 마지막 케이스가 될 수도 있어서다.
조상우도 가치 측정 측면이 애매한 선수다. 박찬호만한 경쟁이 벌어지지는 않겠지만, 그래서 협상 가이드라인을 잡기 더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트레이드로 영입한 조상우는 72경기에서 60이닝을 던지며 6승6패1세이브28홀드 평균자책점 3.90을 기록했다. 영입 당시 기대치에는 못 미쳤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조상우가 빠졌을 때 누가 그 몫을 대신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 조상우는 올 시즌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으나 60이닝을 소화하는 등 팀 불펜 내부에서 비중은 컸다 ⓒ곽혜미 기자
장현식이 LG와 FA 계약을 하고 팀을 떠났을 때의 고민과 유사할 수 있다. KIA는 올해 불펜 투수들의 부상과 부진으로 고전했고, 내년 재건의 포인트 중 하나 역시 불펜이다. 곽도규가 팔꿈치 수술로 내년 전반기 100% 가세가 어렵다고 가정할 때, 조상우가 빠지면 누군가의 새 얼굴로 60이닝을 채워 넣어야 한다. 단순히 느끼는 감정보다 더 복잡한 현실적 계산이 될 수밖에 없다. 당장 올해 FA 시장의 불펜층도 그렇게 두껍지 않다. 경력을 떠나 올해 성적만 놓고 봐도 이영하(두산)와 불펜 최대어를 놓고 다툰다.
경쟁균형세(샐러리캡) 조건이 완화되기는 했으나 올해 성적이 저조했던 KIA는 지금 시장에서 돈을 팍팍 쓰며 기분을 낼 상황이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최형우와 양현종에도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갈 전망이다. 이 때문에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을 잡고 협상에 임할 전망인데, 그 기준치를 넘어가면 곤란한 상황이 올 수 있다. KIA 유니폼을 입고 뛴 마지막 경력이 2025년 10월 4일이 될지, 아니면 달력을 하나 더 넘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시장의 가치 평가가 흥미를 모으고 있는 조상우 ⓒKIA타이거즈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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