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인재 양성의 산실인 도장이 직접 기획하고 중계한 최초의 프로암리그가 바둑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지고 있다. 지난 4월 막을 올려 6개월간의 대장정을 펼친 '충암 프로암리그'가 10월 초 3회차 리그를 끝으로 최종 왕중왕전에 진출할 16명의 명단을 확정했다. 그 결과,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를 허물겠다는 당초의 기획 의도를 넘어, 아마추어가 프로를 위협하는 ‘돌풍’의 진원지가 되었다.
이번 리그 최대의 이변은 아마추어 김사우 선수가 일으켰다. 김사우 선수는 1~3회차 리그에서 연달아 최상위권 성적(조2위, 1위, 1위)을 거두며, 쟁쟁한 프로기사들을 제치고 누적 점수 전체 2위로 왕중왕전에 진출했다. 전체 1위를 차지한 상위 랭커 김다빈 프로와 거의 대등한 성적을 기록한 것으로, 아마추어 최강자의 저력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아마추어의 반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김사우 선수를 필두로 최윤상(11위), 강현재(14위), 변정민(16위) 선수까지 총 4명의 아마추어가 16강에 이름을 올렸다. 최종 토너먼트 진출자의 4분의 1을 아마추어가 차지한 것이다.
물론 프로의 관록은 여전했다. 참가 프로 중 최상위 랭커로 꼽힌 김다빈 프로는 6개월 내내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이며 가볍게 전체 1위를 차지해 최강자임을 입증했다. 이처럼 높은 수준의 경쟁 속에서 아마추어 선수들이 거둔 성과는 더욱 값지다.
리그 도중엔 아마추어 선수 중 프로가 된 사례도 있었다. 송민혁 선수는 리그가 한창이던 2회차 도중 제3회 난가배 통합예선 결승에 오르며 프로 입단에 성공, 리그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했다. 유일한 연구생 참가자인 변정민 선수는 마지막 3회차 리그에서 3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보이며 극적으로 순위를 끌어올려 전체 16위로 왕중왕전행 막차에 탑승했다.
리그를 총괄한 충암바둑도장 조재영 사범은 '6개월간의 리그전을 통해 아마추어와 연구생 참가자들은 귀중한 경험을 쌓었고, 프로 선수들 또한 치열한 승부를 펼치며 도장 학생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었다'고 말했다.
리그는 4월부터 10월 초까지 약 6개월 동안 열렸으며 프로기사 12명과 아마추어 24명이 참가하는 총 36인 리그로 운영되었다. 각 회차의 성적에 따라 순위 점수가 차등 적용되고, 승리 시 3점의 추가 점수가 부여되었다.
동점 시에는 평균 순위, 평균이 같을 경우엔 높은 순위를 기준으로 순위가 결정되는 방식.다. 경기는 기본시간 20분에 초읽기 20초를 추가하는 피셔 방식, 전 경기 호선으로 치렀다.
시선은 오는 10월 17일부터 시작되는 왕중왕전 토너먼트로 향한다. 16강과 8강은 17일, 4강은 24일에 열리며, 대망의 결승 3번기는 31일에 치러진다. 왕중왕전은 최종 우승자에게는 300만원, 준우승자에게는 150만원의 상금이, 4강(2명)은 80만원, 8강(4명)은 30만원, 16강(8명)은 20만원이 지급 된다. 마지막 무대에서 과연 아마추어 돌풍이 이어질 수 있을지에도 바둑계의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