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대회선 이다연이 3차 연장 끝에 우승

이민지(호주)가 서원밸리 CC에서 열린 2023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연장 첫 홀인 18번 홀에서 버디로 우승을 확정지은 후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2023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이다연이 트로피를 앉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KLPGA
21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파72).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는 결국 또다시 연장 승부로 향했다. 세계 랭킹 4위 이민지(29·호주)와 ‘작은 거인’ 이다연(28)이 나란히 합계 9언더파 279타를 기록해 우승자를 가리지 못했다.
극적인 장면은 막판까지 이어졌다. 이민지는 18번 홀(파4)에서 그린 프린지에 멈춘 공을 9m 퍼트로 밀어 넣으며 단독 선두로 나섰다. 하지만 17번 홀(파5)에서 경기하던 이다연이 11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동률을 만들어냈다. 결국 두 선수는 연장전에 돌입했다.
2023년 이 대회에서도 둘은 연장에서 맞붙어 이다연이 3차 연장에서 승리했다. 이다연은 당시 통산 8승째를 거둔 이후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지만, 이 대회에서 또 한 번 절호의 우승 기회를 잡지 못했다.
반복되는 악연
이 대회는 이민지에게 각별하다. 프로 데뷔 이후 하나금융그룹의 후원을 받아왔고, “이 대회 우승이 내 골프 인생의 목표 중 하나”라고 공공연히 밝혀왔다. 그러나 성적표는 냉정했다. 2021년 대회에서 3차 연장 끝에 송가은에게 연장에서 패했고, 2023년에도 3차 연장에서 이다연에게 무릎을 꿇었다. 지난해에도 공동 3위에 머물렀다. 세계 무대에서 메이저 3승을 포함해 LPGA 투어 통산 11승을 거둔 정상급 스타지만, 정작 가장 의미 있는 무대에서는 번번이 우승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이민지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후원사 대회에서 반드시 우승하고 싶다”는 간절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다시 한번 연장전으로 끌려가며 과거의 기억과 마주하게 됐다. 세계 무대에서 수많은 압박을 견뎌온 그지만, 한국에서만큼은 작은 실수가 크게 다가온다. 이민지가 우승하면 2015년 한화 클래식의 노무라 하루 이후 10년 만에 외국 국적 선수의 우승이다.
‘작은 거인’의 자신감
이다연에게도 이 대회는 특별하다. 2023년 우승은 그의 커리어를 대표하는 순간으로 남아 있다. 3차 연장에서 9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이민지를 꺾은 그는 그린 위에서 눈물을 쏟았다. 당시 그는 “나를 믿을 수 없을 때에도 믿고 쳐야 했다”고 말했다. 짧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장타와 승부처에서의 강한 집중력을 무기로 ‘작은 거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2025년 최종 라운드에서도 이다연은 결코 위축되지 않았다. 세계 랭킹 4위의 강자와 맞서며, 막판 승부처에서 다시 한번 먼 거리 퍼트를 성공시켰다. 2년 전과 마찬가지로 그는 연장전에 자신을 끌어올렸고, 또 한 번 ‘청라의 드라마’가 펼쳐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