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 하마다(팔레스타인). 서형권 기자
팔레스타인 축구협회가 가자 지구 희생자들을 추모한다는 목표를 공개적으로 내걸고 국가대표 평가전을 갖는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공인하지 않은 비공식 대표팀과의 경기다. 정치적인 목적이 강하다.
스페인 라디오 방송 '카데나 세르'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이 11월 15일(현지시간)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에서 바스크 대표팀과 국가대표 평가전을 갖는다. 바스크 대표팀은 스페인 전체가 아닌 한 지역을 대표하는 팀이라 FIFA가 공인한 국가대항전은 아니다. 이 경기는 바스크축구협회과 팔레스타인축구협회가 공동 주최하며, 가자 지구 희생자들을 추모한다는 의미를 전면에 내세운다. 가자지구의 참상을 알리겠다는 명분에 바스크축구협회가 동의했기 때문에 성사된 경기다.
팔레스타인 대표팀은 최근 한국과 두 번 맞붙어 친숙하다.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에서 한국과 한 조에 편성됐는데, 아시아 최강 한국을 상대로 2전 2무를 따내는 기염을 통했다. 다만 B조의 6팀 중 5위에 그치면서, 승점 단 1점차로 4차 예선 진출에 실패했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사정상 매 A매치 기간마다 정상적인 경기를 갖는 게 불가능하다. 월드컵 예선이 끝난 뒤 9월 A매치 데이는 말레이시아의 초청으로 단 1경기 치르는데 그쳤고, 10월 A매치 데이는 건너뛴다.
그럼에도 11월을 활용해 바스크를 찾는 건 이들이 팔레스타인과 연대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밝혔기 때문이다. 바스크 지역을 대표하는 구단 아틀레틱클루브(빌바오)의 팬들은 17일(한국시간) 아스널을 상대한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시즌 첫 경기(0-3 패)에 팔레스타인 국기를 내걸고 바스크어로 "오늘부터 마지막까지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는 문구를 보여줬다. 바스크 지역의 축구팬들은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강인을 상대하는 라미 하마다(팔레스타인). 서형권 기자
바스크 지역뿐 아니라 스페인은 지난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등 친팔레스타인 성향을 보여 왔다. 또한 가자 전쟁이 시작된 뒤 서방 국가 중 가장 직접적으로 이스라엘을 비판한 나라로 꼽힌다.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국제재판소에 이스라엘을 대량학살 방지 협약 위반으로 제소하자 이를 지지했다. 주이스라엘 스페인 대사를 자국으로 복귀시키기도 했다.
최근에는 팔레스타인 민간인 학살에 대한 스페인 전역의 반이스라엘 정서가 강해졌다. 이스라엘팀이 참가한 사이클 대회가 시위대에 가로막혀 아예 중단되기도 하고,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이 시위를 옹호하며 공개적으로 반이스라엘 입장을 확인시켜 줬다.
다만 공식적인 입장은 지역별로 다르다. 마드리드 지방 정부는 공개적인 팔레스타인 지지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와 달리 바스크 지역은 민관이 모두 팔레스타인 지지 및 이스라엘 비판을 이어가는 중이다.
팔레스타인 대표팀은 자국이 전쟁에 고통받고 있어 정상적인 축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지난해 한국과 맞붙었을 당시에도 대표 선수 상당수가 오랫동안 실전을 치르지 못했고, 대표팀 훈련은 말레이시아 전지훈련 형태로 간신히 진행했으며, 홈 경기장을 쓰지 못해 제 3국인 말레이시아에서 경기했다. 그럼에도 주요 대회에는 어떻게든 참가하고 있다. 월드컵 예선에 이은 다음 대회 경기는 FIFA 아랍컵이다. 11월 예선에서 리비아를 꺾을 경우 12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본선에 참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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