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해태, 2011년 삼성 이어 3번째 '왕조' 관심
탄탄한 조직력으로 KS 2연패 도전
불안한 불펜 보강이 관건

LG 트윈스가 2023년에 이어 2년 만에 통산 4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 LG는 내년에도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다. 축승연에서 김인석 대표이사, 염경엽 감독, 구광모 LG그룹 회장, 박해민 주장, 차명석 단장(왼쪽부터)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 | 김대호 전문기자] 9일 골든글러브 행사로 2025년 프로야구 모든 일정이 막을 내렸다. 이제 10개 구단은 본격적인 2026시즌 준비에 들어간다. 선수들은 내년 1월 하순 해외 전지훈련까지 개인 훈련에 돌입한다.
2025시즌 최고의 팀은 단연
LG 트윈스
다. 압도적인 전력으로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달성한 LG의 내년 시즌이 벌써 기대된다. 많은 구단이 도전했다가 실패한 ‘왕조 건설’이 LG 앞에 화두로 등장했다. 그 가능성은 얼마나 되고,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지난 10월31일 한국시리즈에서 한화 이글스를 4승1패를 누르고 정상에 오른 LG 트윈스 선수들이 염경엽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뉴시스
‘왕조’라 함은 이견이 있지만 한국시리즈 3연패 이상의 팀에게 그 영예로운 명칭을 부여할 수 있다. 44년 프로야구 역사에서 한국시리즈 3연패 이상을 이뤄낸 팀은 둘이다. 1986년부터 1989년까지 4년 연속 우승한 해태 타이거즈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연패한 삼성 라이온즈다. 현대 유니콘스 2003~2004년, SK 와이번스 2007~2008년, 두산 베어스가 2015~2016년 2연패를 했지만 ‘왕조’로 부르기엔 부족함이 있다.
1986년 해태와 2011년 삼성은 그야말로 ‘천하무적’에 가까웠다. 선동열이 한창 전성기에 접어들던 해태엔 김용남 이상윤 김정수 차동철 문희수 신동수 김대현 등 투수진에 김봉연 김성한 김종모 김준환 김일권 한대화 차영화 서정환 이순철 장채근 등 이름만 열거해도 찬란한 ‘해태 전설’들이 같은 시기에 뛰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엔 조계현 이강철이 합류하면서 투수층이 더욱 두터워졌다. 해태는 단기전에 더욱 강해 4연패 동안 한국시리즈 전적이 16승 4패로 다른 팀은 해태 앞에만 서면 꼬리를 말았다.

LG 트윈스는 걸출한 스타 플레이어는 없지만 탄탄한 조직력과 물샐 틈 없는 내-외야 수비로 정상에 올랐다. 10월 31일 한국시리즈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LG 선수들이 감격에 겨워 포옹하고 있다. /뉴시스
2011년 삼성 역시 ‘난공불락’의 팀이었다. 에이스 배영수를 축으로 장원삼 윤성환의 선발진에 차우찬 안지만 권오준 권혁 정현욱의 중간, 그리고 오승환으로 이어지는 투수진은 역대 최강이란 평가를 받는다. 최형우 박석민 채태인 김상수 배영섭 조동찬 신명철 진갑용의 공격과 내-외야 수비 라인도 빈 틈이 없었다. 무엇보다 해태엔 김응용, 삼성엔 류중일이란 명장이 팀의 중심을 잡고 있었다.
2025년 LG는 이들 두 팀과 견줘 어떨까. 화려한 면면에선 떨어지지만 조직력에선 오히려 위 두 팀을 능가한다. LG는 정상에 서기까지 오랫동안 암흑기를 보냈다. 숱한 시행착오와 설움을 함께 겪었다. 그 사이 탄탄해졌다. 쉽게 무너지지 않을 ‘내공’을 쌓았다.
지난해 통합우승 뒤 몰락한
KIA 타이거즈
를 눈앞에서 봤다. 염경엽 감독은 "2023년 우승 뒤 방심했다"고 털어놨다. ‘자만’이 가장 큰 적이다. 감독은 끊임없이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우승 뒤엔 더욱 그렇다. 외부에서 새로운 피를 수혈해야 하고, 내부에선 경쟁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감독 머리에 3년 뒤의 라인업이 그려져 있어야 지속 가능한 강팀이 될 수 있다.

LG 트윈스가 '왕조'를 건설하기 위해선 가야할 길이 멀다. 우승 뒤 잠실야구장에서 팬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는 선수들. /뉴시스
LG가 지금의 전력으로 ‘왕조’를 건설하기엔 아쉬움이 있다.
손주영
송승기
가
임찬규
와 함께 11승을 올렸지만 더 성장해야 한다. 불펜은 매우 불안하다. 2025시즌 막판 불펜이 와해되면서 경기력이 크게 흔들렸다. 이 와중에 10개 팀 중 유일하게 3일 연투한 불펜 투수가 없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박동원을 받쳐줄 백업 포수를 키우는 일도 중요한 과제다. 제2의 신민재 구본혁을 기다려 봄직하다. 다행스러운 점은 강력한 대항마로 꼽히고 있는
한화 이글스
와 KIA 타이거즈의 전력 손실이 예상 밖으로 크다는 사실이다. 한화는 33승을 합작한 원투펀치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가 팀을 떠났다. 강백호가 가세했다고 하지만 에이징 커브를 긋고 있는 류현진 등 선발 투수진의 약세가 두드러진다.
KIA는 기세가 많이 꺾인 분위기다.
김도영
의 부활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주전들의 노쇠화와 박찬호 최형우의 이탈은 큰 부담이 된다. 정상 탈환을 선언한 삼성은 최대 약점인 불펜을 방치한 채 내년 시즌을 맞게 됐다.
LG는 팀컬러가 분명하다.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선수층이 고르다. 장점이자 단점이다. 내년에도 이런 기조는 유지된다. 특별한 외부 보강이 없었다. 김현수가 나가고 이재원이 들어온 정도의 변화다. 내-외야 수비는 매우 견고하다. 2연패로 가는 밑그림은 그려졌다. LG의 2026시즌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