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고려아연이 파죽의 4연승으로 정규리그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11일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25-202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7라운드 1경기에서 울산 고려아연이 단독 선두 원익을 3-1로 제압했다.
'4연승' 원익과 '3연승' 울산 고려아연이 전반기 마지막 라운드에서 맞붙었다. 4경기 연속 3-2 승리로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원익과 초반 3연패 후 3연승으로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울산 고려아연의 빅매치였다.
1국 울산 고려아연 안성준(1지명) : 원익 박정환(1지명)
안성준, 336수 백 1.5집 승. 울산 고려아연 1-0 원익
1국은 주장전 맞대결로 시작됐다. 상대 전적은 박정환이 9승 3패로 크게 앞서 있지만, 안성준은 올해 1번의 대국을 승리했고, 최근 바둑리그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빅매치다운 엄청난 혈투였다. 승률 그래프상 무려 15차례나 역전을 주고받은 끝에 결국 승리의 여신은 안성준에게 미소 지었다. 안성준은 강동윤(영림프라임창호)과 변상일(정관장)에 이어 박정환까지 3라운드 연속 1지명 선수들을 꺾으며 주장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울산 고려아연이 최근의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 서건우 심판(오른쪽)의 개시 선언으로 양 팀의 치열한 승부가 시작됐다.
▲ '인공지능도 어려운 승부' 수없이 요동친 형세를 나타내고 있는 1국 승률 그래프 (사이버오로 화면 캡처)
▲ '1지명 도장 깨기' 강동윤-변상일-박정환 순으로 1지명 강자들을 연파하고 있는 안성준
2국 울산 고려아연 랴오위안허(후보) : 원익 이지현(2지명)
랴오위안허, 273수 흑 불계승. 울산 고려아연 2-0 원익
2국에서도 양 팀의 정면 대결이 이어졌다. 원익은 최근 4연승을 달리고 있는 이지현이 만회에 나섰고, 울산 고려아연은 2025 삼성화재배 챔피언 랴오위안허가 출격했다.
좌변 대마의 사활을 둘러싼 수읽기와 패싸움 과정에서 랴오위안허가 확실한 우세를 잡았다. 이지현이 끈질긴 추격전을 펼쳤지만 패싸움 과정에서 입은 손해를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원익의 '원투 펀치' 박정환과 이지현이 모두 패배한 것은 지난 시즌 14라운드 이후 처음이다. 공교롭게도 당시 패배를 안긴 팀 역시 울산 고려아연이었다. 반면 울산 고려아연은 지난 5라운드 4국부터 이 경기까지 7판을 연속으로 이기는 괴력을 보였다. 울산 고려아연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 '월드 챔피언의 존재감' 삼성화재배 우승 이후 한결 여유로운 모습으로 대국에 임하고 있는 랴오위안허
3국 원익 진위청(후보) : 울산 고려아연 최재영(2지명)
진위청, 303수 흑 불계승. 원익 1-2 울산 고려아연
예상치 못한 '원투 펀치'의 연속 패배로 당황한 원익 이희성 감독은 비장의 카드 진위청을 내세웠다. 지난 라운드에서 정공법으로 한옥마을 전주를 셧아웃시켰던 울산 고려아연 박승화 감독은 최재영을 마무리 카드로 올렸다.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은 진위청이 잇달아 강수를 구사했는데 최재영이 지독하게 버텼다. 162수부터 시작된 패싸움이 274수에 마무리될 정도로 치열했지만, 사실상 진위청의 완승국이었다. 원익이 울산 고려아연의 불같은 연승 행진을 마침내 진화하며 반격을 시작했다.
▲ '돌부처 용병' 지난 시즌 신인왕 출신 진위청은 표정 변화가 없어 '돌부처' 이창호 9단을 연상시킨다.
4국 울산 고려아연 류민형(3지명) : 원익 이원영(3지명)
류민형 201수 흑 불계승. 울산 고려아연 3-1 원익
승부를 끝내려는 울산 고려아연과 승부를 연장하려는 원익은 나란히 3지명 선수로 4국에서 맞섰다. 차분하게 시작된 바둑은 우하귀에서 화끈한 난타전이 벌어지며 대마를 포획한 류민형이 승기를 잡았다. 팀 패배를 막기 위해 이원영이 처절하게 추격했지만 류민형의 침착한 대응에 결국 돌을 거뒀다. 자정을 앞두고 울산 고려아연이 3-1로 승부를 끝냈다.
▲ 팀 승리를 확정 지으며 개인 4전 전승을 기록한 울산 고려아연의 '믿을 맨' 류민형
이날 대결은 양 팀의 1~3지명과 용병이 모두 출전한 베스트 멤버들 간의 숨막히는 열전이었다. 원익의 5연승을 저지한 울산 고려아연이 4연승을 이어갔다. 3라운드까지 최하위에 머물렀던 순위를 단독 2위까지 수직 상승시키며, 선두 원익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12일 열리는 7라운드 2경기는 마한의 심장 영암과 영림프라임창호의 대결이다. 1국 선발은 심재익(마한의 심장 영암)과 강동윤(영림프라임창호)이 예고됐다. 상대 전적은 강동윤이 4전 전승으로 앞서 있다.
○● 2025-2026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내년 2월까지 8개 팀이 더블리그 방식으로 총 14라운드 56경기를 치른다. 정규리그 상위 4개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우승 상금 2억 5,000만원을 놓고 최종 대결을 펼친다. 매 경기 5판 3선승제로 진행되며, 기본 시간 1분에 착수할 때마다 15초가 추가되는 피셔 룰 방식이 적용된다.
▲ 위기에서 팀을 구한 3국 승리 후, 진위청이 동료들과 함께 복기하고 있다.
▲ 진위청(왼쪽)과 이지현
▲ '울산 고려아연의 수호신' 3년째 같은 팀을 지키고 있는 랴오위안허가 일찍부터 검토실에 자리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