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은행 임명옥이 지난달 19일 경기를 앞두고 도로공사 스태프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 KOVO
프로배구 여자부 '최리'(최고의 리베로)로 꼽히는
IBK기업은행
임명옥
(39·175cm)이 자신을 울렸던 친정팀을 상대로 설욕을 벼르고 있다. 올 시즌 10연승을 질주하며 단독 1위에 올라 있는
한국도로공사
다.
두 팀은 14일 오후 4시 경북 김천체육관에서 '진에어 2025-2026 V리그' 경기를 펼친다. 1, 2라운드에서 모두 도로공사가 이긴 가운데 열리는 3라운드 경기다.
다만 1, 2라운드 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기업은행은 시즌 전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주포
이소영
, 주전 세터
김하경
등의 부상과 부진이 겹친 상황에서 도로공사와 맞붙었다. 그러나 김호철 감독이 사퇴하고 여오현 감독 대행 체제가 들어선 이후 4연승을 달리고 있다.
특히 임명옥이 이번 맞대결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2014-15시즌부터 도로공사에서 뛰었던 임명옥은 올 시즌을 앞두고 기업은행으로 전격 이적했다. 10년 이상 몸담았던 친정팀을 상대로 임명옥은 1, 2라운드 패배를 맛봐야 했다. 누구보다 도로공사를 잘 아는 임명옥은 이번만큼은 승리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무엇보다 지난달 19일 0-3 완패가 뼈아팠다. 당시 기업은행은 홈 경기에서 무기력하게 6연패에 빠졌다. 현대건설에도 0-3으로 져 7연패를 당한 가운데 김 감독은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반대로 도로공사는 10연승으로 승승장구했다. 연승 동안 기업은행에 2패를 안겼다. 임명옥은 지난 10일 GS칼텍스전 승리 뒤 인터뷰에서 "1라운드 도로공사에 지면서 7연패가 시작됐는데 2라운드 대결 때는 너무 경기력이 말도 안 되게 져서 너무 힘들었다"면서 "(인내심의) 마지노선이었는데 체육관 라커룸은 물론 숙소로 와서도 펑펑 울었다"고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기업은행 선수들이 지난 10일 GS칼텍스와 경기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는 모습. 한국배구연맹
하지만 바닥을 치고 나니 반등했다. 이후 기업은행은 여오현 대행 체제에서 4연승을 질주하고 있다. 임명옥도 후련하게 울고 나니 달라졌다. 임명옥은 "(감정을) 쏟아내니까 괜찮아지더라"면서 "선수들도 연패 때는 대화할 시간이 없었는데 지금은 타임 아웃 때 서로 얘기해주는 게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귀띔했다.
도로공사도 10연승이 중단됐지만 최근 2연승을 거두며 기세를 잇고 있다.
모마
와
강소휘
, 타나차 등 공격 삼각 편대가 건재한 데다 김세빈과 강력한 신인왕 후보 이지윤, 부상에서 돌아온 배유나가 버티는 미들 블로커진도 단단하다.
하지만 임명옥은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임명옥은 "최근 모마가 경기 중에 화를 내는 모습이 보이더라"면서 "강소휘와 함께 모마의 화를 내게 하면 도로공사의 분위기가 떨어진다"고 귀띔했다. 특유의 그물 수비로 상대 공격을 걷어내겠다는 의지다.

도로공사 주포 강소휘(왼쪽)와 모마. KOVO
여기에 도로공사는 최근 191cm의 장신 빅토리아를 아웃사이드 히터로 기용하며 상대 주포에 대한 블로킹 강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GS칼텍스 이영택 감독은 10일 경기 뒤 "빅토리아가 블로킹을 하다 보니까 실바가 어려움이 있었던 거 같다"고 짚었다.
대신 역시 191cm 킨켈라가 빅토리아 대신 아포짓 스파이커로 나선다. 다만 킨켈라가 리시브를 담당하긴 하지만 임명옥이 옆에서 그 부담을 덜어주기에 가능한 전술이다. 임명옥은 "빅토리아가 (모마의 평정심을 잃게) 해줄 것 같다"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시즌 중 감독 사퇴의 아픔을 겪었던 기업은행과 본의 아니게 그 단초를 제공했던 도로공사. 과연 이번에는 임명옥이 친정팀에 당한 설움을 승리로 되갚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