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년 전 수분 전략의 비밀…멕시코소철은 열로 딱정벌레를 부른다

하이커뮤니티매니져 0 1 11:35

Science 제공

이번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는 자외선 형광 염료로 덮인 멕시코소철(학명 Zamia furfuracea) 수꽃 위에 딱정벌레의 일종인 소철바구미(학명 Rhopalotria furfuracea)들이 돌아다니는 모습이 담겼다. 바구미들은 상대적으로 온도가 높은 가로줄 틈새 부분으로 유인돼 꽃가루를 찾고 멕시코소철의 수분을 돕는다.

미국 하버드대 분자세포생물학과 연구팀은 멕시코소철이 열을 발생시켜 수분 매개자를 유인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연구결과를 11일(현지시간) 사이언스에 공개했다.

현대 식물들은 보통 화려한 색의 꽃과 달콤한 향기로 꿀벌, 나비, 박쥐, 새 등 다양한 수분 매개자들을 유혹한다. 꽃식물이 등장 이전에도 열을 생성해 수분 매개자를 유인하는 전략이 존재할 것으로 추측했지만 식물에서 열 발생의 생태적 기능은 그동안 규명되지 않았다.

멕시코소철 수꽃 위에 있는 소철바구미. Michael Calonje 제공

연구팀은 최소 2억년 이상 함께한 '짝꿍'인 소철류와 딱정벌레의 상호작용을 탐구했다. 행동 분석뿐 아니라 멕시코소철의 열 발생 메커니즘, 소철바구미의 열 감지 메커니즘까지 정밀 분석했다.

분석 결과 멕시코소철은 오후부터 에너지 대사인 세포 호흡을 활발히 하며 열을 내기 시작했다. 이른 저녁에 가장 높은 온도에 도달했다. 온도 상승으로 방출된 적외선이 딱정벌레에 직접적인 신호를 준다는 것이다.

소철바구미의 더듬이에는 적외선 감지 기관이 있어 식물이 방출하는 적외선을 감지하는 데 특화됐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식물의 열 발생과 딱정벌레의 감각 체계가 공진화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결과다.

멕시코소철 수꽃 위에 있는 소철바구미들. Michael Calonje 제공

적외선은 보통 야간에 더 쉽게 감지되기 때문에 소철류 식물이 야행성 딱정벌레를 통한 수분에 의존하며 진화의 방향이 제한됐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연구팀은 "적외선은 가장 오래된 '수분 신호' 중 하나"라며 "식물과 동물을 연결하는 주요 메커니즘인 수분의 초기 진화 양상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어 "오랜 시간에 걸쳐 적외선 신호에서 색상 신호로 전환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75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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