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71경기 ERA 2.25' 한승혁... FA 보상 선수로 이적, KT 불펜 셋업맨으로 활약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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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연속 18홀드 이상을 기록한 한승혁 |
ⓒ 한화이글스 |
2025 KBO리그 준우승팀인
한화 이글스
불펜에서 가장 꾸준한 활약을 보인 투수는 단연 한승혁이었다. 올시즌 총 71경기에 등판해 64이닝을 소화했고 3승 16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2.25 승리기여도(WAR/케이비리포트 기준) 2.63를 기록했다. 이름을 가리고 숫자만 봐도 리그 정상급 셋업맨의 성적표다.
특히 경기 막판인 8회 등판 시 피안타율 0.206, 주자가 있는 경우에도 피안타율 0.223으로 과거에 비해 몰라보게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불펜진의 버팀목이었던 한승혁의 묵묵한 활약은 한화가 정규시즌 상위권을 유지하고 19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오르는 데 있어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그런 한승혁이 시즌 후 FA 보상선수로
KT 위즈
유니폼을 입게 됐다. 이번 FA 시장 최대어인
강백호
의 한화 FA 이적이 모든 출발점이었다. FA A등급 보상 규정에 따라 보호선수는 20명으로 제한됐고 한화는 내년도 FA 예정자인 한승혁을 보호명단에서 제외했다. 시즌 성적 부진이나 구상 외 전력이어서가 아니라 현행 FA 제도와 현재 팀 내 자원을 감안한 이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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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한승혁의 주요 투구기록(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 |
ⓒ 케이비리포트 |
강백호에 대한 반대급부로 한승혁을 지명한 KT의 선택 역시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한승혁은 당장이라도 셋업맨으로 기용 가능한 리그 정상급 불펜이다. 통산 평균자책점은 5.39로 좋다고 할 수 없는 기록이지만 한화 필승조로 자리잡은 최근 2시즌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지난 2024시즌 데뷔 첫 두 자릿수 홀드(19개)를 기록했고, 올해는 구위와 제구의 균형이 눈에 띄게 좋아지며 9이닝당 볼넷 허용을 3.23개까지 떨어뜨렸다. 평속 148km/h 이상의 패스트볼을 앞세워 빠르게 카운트를 잡고, 슬라이더와 포크볼로 승부를 끝내는 패턴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내년 KT 불펜에서 한승혁의 위치는 명확하다. 올해 세이브 타이틀(35세이브)을 따낸 마무리
박영현
을 보유한 KT라 한승혁은 그 앞에 기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KT
이강철
감독은 불펜을 세분화해 역할을 고정하는 운영에 능한 지도자다. 기계적인 좌·우 매치업보다는 이닝 책임을 중시하는 성향상 한승혁은 7회 이후 1이닝을 막는 카드로 자연스럽게 녹아들 가능성이 높다. 지난 2년 동안 필승조로 쌓아온 경험치도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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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필승조로 활약이 기대되는 한승혁 |
ⓒ KT위즈 |
다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 2년 연속 70경기 이상 등판했고 어느새 30대 중반이 된 한승혁(93년생)이라 피로 누적의 여파가 2026시즌 변수가 될 수 있다. 게다가 한승혁은 내년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는다. 개인 성적과 팀 기여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점이다. 흔히 말하는 'FA로이드'가 동기 부여가 될지,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이 될지는 시즌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2011년 프로 입단 이후 세번째 유니폼을 입게 된 한승혁은 갑작스러운 이적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야구는 어디를 가든 똑같이 하는 것"이라는 한승혁 자신의 말처럼, 환경 변화보다 자신의 역할 수행에 초점을 맞췄다. 10년 넘게 만년 유망주라는 평가를 받다가 리그 정상급 불펜으로 도약한 한승혁이 '신흥 강호' KT 불펜의 새로운 믿을맨으로 자리잡을지 주목된다.
[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KBReport), KBO기록실]
글: 민상현 / 김정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