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선수로 시작해 방출 아픔까지
롯데 입단 후 34세에 커리어 하이
2022년엔 생애 첫 FA까지 성사
미미한 시작... 마무리는 밝게
"부족했던 날 많았지만, 최선 다해"

정훈이 지난 7월 2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전에서 안타를 쳐내고 있다. 롯데 제공
"
롯데
에서 오랜 시간 뛰면서 자부심 느꼈습니다. 그간 감사했습니다."
프로야구 롯데의 원조 '악바리'
정훈
(38)이 16년 현역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신고 선수로 시작해 방출의 아픔까지 겪었지만, 그의 마지막은 '베테랑' '롯데 프랜차이즈'라는 수식어와 함께 당당히 그라운드를 떠난다.
롯데는 15일 “정훈이 2025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고 밝혔다. 정훈도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손 편지로 "오랫동안 제 인생의 전부였던 야구를 이제 내려놓으려 한다"며 "2010년 처음 롯데 유니폼을 입었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한 팀에서 뛰며 팬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었다"는 소회를 밝혔다. 이어 "잘한 날보다 부족했던 날이 더 많았을지도 모르지만, 항상 최선을 다해 그라운드에 서려 노력했다"며 "한결같이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정훈이 지난 7월 1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서 타격하고 있다. 롯데 제공
정훈은 ‘신고선수 성공 신화’를 쓴 몇 안 되는 선수다. 2006년 현대에 신고선수로 입단했을 땐 자리를 잡지 못해 1년 만에 방출됐다. 당시 만 20세. 즉시, 군 입대를 택했다. 육군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뒤에도 야구의 끈을 놓지 않았다. 2009년 초 창원으로 내려가 양덕초등학교 야구부 코치로 활동했다.
뜻밖의 기회가 찾아온 건 2009년 말이다. 마산용마고 시절 은사의 권유로 롯데 신고선수 테스트를 받게 된 것. 어쩌면 마지막일지로 모르는 이 기회를 정훈은 꽉 붙들었다. 합격 통지를 받고 난 뒤론 더욱 이를 악물고 훈련에 매진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0시즌 정식 선수로 등록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1군 무대에 섰다. 이후에도 한동안 주전과 백업을 오가다 2013년 무렵에야 주전 자리를 꿰찼다.

정훈이 15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은퇴 소회를 밝히고 있다. 정훈 SNS 캡처 화면
2020년 타율 0.295에 OPS(출루율+장타율) 0,890을 기록하며 타격 재능을 폭발시켰고, 2021년에도 타율 0.292에 OPS 0.818로 활약을 이어갔다. 남들은 전성기를 지나 조금씩 내려오는 시기에 정훈은 야구 인생 정점에 도달한 셈이다. 35세인 2022년엔 데뷔 후 첫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3년 총액 18억 원에 롯데와 재계약하며 보상을 받았다. 신고선수로 시작해 악바리같이 버티고 버틴 끝에 얻어낸 정훈의 FA 계약은 많은 후배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특히 허리가 꺾일 정도로 극단적인 ‘어퍼 스윙’과 이어지는 시원한 ‘배트 플립’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그러나 이후 에이징 커브의 영향으로 기량이 하락하면서 시즌마다 기복을 겪었다. 올 시즌에도
전준우
(39)와 함께 팀 내 최고참으로서 구심점 역할을 했지만, 타율 0.216(185타수 40안타) 2홈런 11타점 OPS 0.576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