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수원=안호근 기자]

안세영이 28일 수원 빅터 코리아오픈 여자 단식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
수많은 홈 팬들 앞에서 반드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싶었기에 더욱 아쉬운 결과였다. 세계 1위 안세영(23·삼성생명)은 경기 후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꺼냈다.
안세영은 28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2025 수원 빅터 코리아오픈(슈퍼500) 배드민턴선수권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야마구치 아카네(일본·세계 4위)에게 게임스코어 0-2(18-21, 13-21)로 완패했다.
올 시즌 11개 대회에서 7번이나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적수가 없는 명실상부 '여제'지만 이날의 야마구치는 분명히 한 수 위의 선수였다.
한때는 천적으로 불리기도 했던 선수지만 최근 10경기에선 8승 2패로 압도하고 있었고 단 한 번도 0-2로 패한 적은 없었다. 이로 인해 상대 전적도 14승 14패까지 균형을 맞췄고 이번 대회를 통해 우위를 점하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패배를 당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3000여 명 만원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고 시작했지만 안세영은 경기 내내 주도권을 쥐지 못하고 끌려다녔고 코트 구석구석을 노리는 야마구치의 공격에 고전했다. 몸 놀림이 무거워 보이긴 했으나 경기를 소화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고 스스로도 이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꺼내지 않았다.

안세영이 야마구치와 결승에서 실점 후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안세영은 "오늘은 야마구치가 워낙 빨랐고 제가 그 공을 따라가기 힘들었었던 것 같다"며 "야마구치는 워낙 퍼펙트한 게임을 했고 저는 거기에 끌려다니는 경기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올 시즌 또한 좋았던 기억만 있었던 건 아니다. 부상으로 기권하기도 했고 세계선수권에선 4강에서 천위페이(중국)에서 막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내 털고 일어나 다시금 정상에 섰다.
이번 준우승도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걸 의심하는 시선은 없다. 그럼에도 안세영은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꺼냈다.
"한 해가 다르게 매번 좀 다른 것 같다. 선수들과 경기하는 것도 매번 새롭고 감사한 마음을 갖고 뛰고 있는데 점점 힘들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얼마나 더 해야 될지 가늠이 안 잡혀서 매번 힘들다"고 털어놨다.
안세영은 앞서 1라운드 통과 후에도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우승하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은 생각도 크지만 이런 생각들이 저를 더 힘들게 만드는 것 같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너무나 큰 관심에 따른 세계 최정상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심적 부담감, 그리고 치고 올라오는 선수들에 맞서기 위해 끝없이 노력을 해야 한다는 생각 등이 안세영을 감싸고 있는 듯 했다.

야마구치의 공격을 받아내고 있는 안세영. /사진=김진경 대기자
물론 한 번씩 찾아오는 부상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안세영은 32강을 치른 뒤 몸 상태에 대한 질문에 "(부상에서) 완전히 나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관리를 최대한 잘하면서 코트에서도 부상 관련해 예방할 수 있는 것들을 다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그만큼 더 이상 100%의 몸으로 뛴다는 건 쉽지 않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쉼 없이 달려야 하는 상황에 더욱 지친 듯한 반응을 보인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기에 압도적인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음에도 올 시즌이 만족스럽지만은 않다. "기복이 심했던 한 해였다"며 "초반에는 아주 좋았지만 후반 들어 많이 떨어졌다. 이런 걸 조절하는 방법이 저에겐 많이 부족했다. 그래서 많은 걸 생각하게 되는 한 해였다"고 밝혔다.
물론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이러한 생각이 안세영을 지배하고 있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안세영은 이어 "상대들이 매번 더 나아진 선수로 나오기 때문에 저 역시도 계속 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완벽한 경기력을 보여준 야마구치에 대해서도 "이번 경기를 토대로 또 한 번 야마구치 선수를 분석을 해봐야 될 것 같다"며 "결승에 올라온 선수들은 다 종이 한 장 차이이기 때문에 그 돌파구를 잘 찾아서 다시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젠 남은 대회들을 바라보며 다시 나아갈 준비를 할 계획이다. 여전히 세계 1위의 욕심은 크다.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싶다. 제가 좀 아프지 않고 자신 있게 하고 싶은 플레이를 계속 하는 게 저의 목표"라는 바람을 나타냈다.

안세영(왼쪽)이 시상대에 올라 야마구치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