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23년 한국시리즈 당시 절정의 클러치 능력으로 시리즈 MVP를 차지한 오지환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1994년 이후 한국시리즈 우승이 한 번도 없어 목마름이 길었던 LG는 2023년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며 한을 풀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직행 이점이 사라질 뻔한 위기도 있었다. 1차전에서 KT에 졌다.
1차전에서 2-2로 맞선 9회 당시 마무리였던 고우석이 1점을 내줬고 결국 9회 마지막 공격에서 이를 만회하지 못하고 졌다. 2차전도 초반이 쉽지 않았다. 1회부터 선발 최원태가 4점을 내주면서 KT의 기세가 그대로 잡아먹히는 그림이 그려졌다. 하지만 LG는 당시 1회부터 역사적인 불펜 동원을 하면서 버텼고, 결국 8회 역전하며 2차전을 잡고 기사회생했다.
모든 선수들이 노력하고 힘을 합친 대업이었지만, 결국 박동원의 홈런으로 시리즈를 열고, 오지환이 주도한 한국시리즈로 기억된다.

▲ 2023년 한국시리즈 당시 팀 타선을 깨우는 장타로 우승에 큰 공헌을 한 박동원 ⓒ곽혜미 기자
올해 다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LG는 타자들의 타격감을 살리고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2023년 당시에도 너무 오래 쉬다 보니 시리즈 초반에는 주축 타자들의 타격감이 좋지 않았고, 일부 선수들은 시리즈 내내 저조한 타격감에 고전하기도 했다. 가뜩이나 올해는 정규시즌 막판 타격이 하락세로 끝났다. 이 하락세가 한국시리즈까지 이어지면 안 된다. 자체 연습경기에서 철저하게 관리해야 할 대목이다.
염경엽 LG 감독은 9명 전부의 타격감이 다 살아 있을 수는 없다고 단언한다. 정규시즌에도 그러기 힘든데 하물며 최고 투수들이 나오는 한국시리즈 무대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 대신 염 감독은 "5명만 (타격감이) 살아 있으면 되고, 3명만 치면 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2023년 기억을 떠올렸다. 염 감독은 "우리가 우승할 때도 3명이 친 것 아닌가. 오지환 박동원이 거기서 다 했다"고 했다.
그런 오지환과 박동원은 올해 정규시즌 제법 많은 비판을 받았다. 오지환은 정규시즌 127경기에서 타율 0.253, 16홈런, 62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44를 기록했다. 전체적인 성적은 나쁘지 않았는데 편차가 있었다. 후반기 56경기에서 타율 0.288, 9홈런, 34타점을 기록한 것과 달리 전반기 71경기에서는 타율 0.218, 7홈런, 28타점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아무래도 눈높이가 다르다보니 이 정도 성적에는 팬들이 만족할 수 없는 게 당연했다.

▲ 오지환은 전반기에 부진했으나 후반기 들어 완연히 살아난 타격감이 기대를 모은다 ⓒ곽혜미 기자
박동원은 반대였다. 시즌 139경기에서 타율 0.253, 22홈런, 76타점, OPS 0.797로 역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지만 상고하저 경향이 뚜렷했다. 전반기 84경기에서는 타율 0.285, 15홈런, 51타점으로 절정의 활약을 하며 포수 골든글러브를 노려볼 수도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후반기 55경기에서는 타율 0.207로 부진했다. 여기에 두 차례 정도 태그 플레이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르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 지나간 일이다. 2023년처럼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 수 있다면 모든 게 용서된다. 2023년 경험에서 얻는 자신감도 있을 것이고, 체력 부담이 큰 포지션의 특성상 20일 이상 이어진 휴식 기간은 경기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염 감독은 2023년 당시를 떠올리며 "결국 동원이와 지환이가 하위타선에서 살아나서 큰 것 한 방, 큰 것 한 방으로 이긴 것"이라고 다시 기대를 걸었다.
게다가 두 선수는 수비에서도 중요한 몫을 하는 선수들이다. 단기전에서는 실책 하나가 시리즈 분위기를 크게 좌우할 수 있다. 한국시리즈에서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해줘야 하는 선수들임에 분명하다. 두 선수에 대한 벤치의 믿음은 한치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올해도 LG의 한국시리즈 키플레이어임에 분명한 가운데 2023년과 같은 해피엔딩이 기다리고 있을지 주목된다.

▲ 충분한 휴식을 취한 박동원은 하위타선은 물론 팀 마운드도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짊어지고 있다 ⓒ곽혜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