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오는 19일 우승 축포

LG 염경엽 감독 (사진=LG 트윈스)
[스포츠춘추]
"전반기 끝나고 감독님이 선수단 미팅을 하셨다. 그게 터닝포인트였다."
LG 트윈스가 올 시즌 만들어낸 대역전극의 불씨는 작은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전반기를 마쳤을 때, LG는 1위 한화에 4.5경기 뒤진 2위였다. 분위기는 무겁고, 주축 선수들의 부상까지 겹치며 답답한 흐름이었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은 후반기를 앞두고 선수들을 불러 모아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전반기 때 못 했다고 생각했는데도 2등이고, 1위와 경기 차도 많이 안 난다. 우리 것만 집중해서 한 경기씩 하다보면 승부가 가능할 것 같다."
그 한마디가 선수단 가슴을 깊숙이 흔들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믿음, '우리만의 야구에 집중하자'는 다짐이 선수단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전반기를 버텨낸 것만으로도 이미 LG는 강했다. 그 자부심과 자신감이 후반기 LG의 폭발을 예고했다.
그리고 운명의 무대가 찾아왔다. 7월 22일부터 24일, 광주에서 열린 KIA와의 3연전. 첫 경기 9-7 대역전승. 이어진 두 번째 경기, 6-5 또 한 번의 짜릿한 역전극. 마지막 3차전은 8-0 완승. 광주에서 울려 퍼진 세 번의 함성은 단순한 승리가 아니었다. 그건 '우리가 할 수 있다'는 확신의 증거였다. 서인석 1군 매니저의 말처럼 "그때부터 완전히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LG 트윈스 오지환이 동점 투런포를 터트린 뒤 더그아웃에서 환호하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불과 사흘 전까지만 해도 한화에 5.5경기 뒤져 있던 LG는 이 시리즈 이후 격차를 4경기 차까지 좁혔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 선수들이 하나로 뭉쳤다는 사실이었다. 주장 박해민, 오지환, 김현수가 중심이 돼 팀을 묶어냈고, 선수단은 LG다운 '신바람 야구'로 응답했다.
8월은 그야말로 폭발의 시간이었다. 7연승, 구단 월간 최다승(18승), 그리고 한화를 상대로 한 위닝 시리즈. LG는 마침내 1위에 올랐고, 그 자리에서 무섭게 달렸다. 2위 한화를 5.5경기 차로 따돌리며, 불가능처럼 보였던 승차를 단숨에 뒤집었다. 20년 가까이 LG와 동고동락해온 서 매니저는 "후반기 시작 전 미팅과 7월 광주 KIA전 스윕, 그 두 순간이 선수단을 완전히 바꿔놨다"고 단언했다.
지금 LG는 정규시즌 우승까지 매직넘버 9를 남겨두고 있다. 2위 한화와는 3.5경기 차. 염경엽 감독은 "0.5경기 차로 1위를 하나, 6.5경기 차로 1위를 하나 결국은 같다. 우리가 조급해지지 않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만약 모든 게 최상의 시나리오대로 간다면, 오는 19일 LG의 우승이 확정될 수 있다. 물론 그때까지 LG가 전승을 하고, 한화가 전패한다는 시나리오다.
후반기 시작을 알린 그날의 한마디. 그 울림이 지금 LG 팬들의 가슴을 뛰게 하고 있다. "우리가 우리 야구만 하자"던 메시지는, 이제 우승의 목전에서 가장 강렬한 빛을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