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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에서 쉽게 살 수 있는 ‘비타민 B2(리보플라빈)’가 첨단 기술의 열쇠가 됐다. 국내 연구팀이 흔한 영양소인 비타민 B2에 금속을 결합해 자연보다 뛰어난 인공효소를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 이 기술은 에너지 생산, 환경 정화, 신약 개발 등 우리 생활을 바꿀 가능성을 보여준다.
KAIST는 백윤정 화학과 교수팀이 권성연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원과 함께 비타민 B2의 핵심 성분인 '플라빈'에 금속을 결합한 새로운 인공효소 개발에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무기화학지(Inorganic Chemistry)'에 5일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비타민 B2는 체내에서 음식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보조효소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비타민 B2의 핵심 성분 플라빈에 금속을 결합해 전자 전달 기능에 금속의 반응 조절 능력을 더한 신개념 촉매를 만들어냈다.
플라빈은 질소와 산소가 복잡하게 얽힌 고리 구조를 가져 금속이 선택적으로 결합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과학계는 오랫동안 '금속과 결합한 플라빈' 구현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연구팀은 플라빈 분자 내에 금속이 결합할 수 있는 자리를 설계하고 금속을 고정하는 ‘리간드(ligand)’ 구조를 정밀하게 배치하는 금속화학적 접근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금속 주변의 전자적·공간적 상호작용을 정교하게 제어한 결과 안정적인 플라빈-금속 결합체 합성에 성공했다.
이번 성과는 플라빈이 지닌 고유한 특성과 금속의 반응성을 하나의 시스템 안에 결합시킨 최초의 사례다. 화학 반응을 미세하게 조절하는 '금속 기반 인공효소' 개발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구팀이 개발한 리간드는 금속 중심에 결합하면서도 수소결합을 형성할 수 있는 이중 기능을 갖췄다. 특히 수소결합의 방향성까지 제어할 수 있어 금속 주위의 분자 환경을 정밀하게 설계할 수 있다.
철 이온과 결합한 금속 착물에서 플라빈 리간드는 주변 조건에 따라 형태를 전환하며 수소결합의 방향성을 바꾸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단결정 X선 구조 분석, 분광학적 측정, 전기화학 실험, 양자역학 계산을 통해 이를 체계적으로 규명했다.
백윤정 교수는 "자연에서 발견되는 플라빈의 한계를 넘어 생체 분자를 금속화학의 새로운 구성 요소로 확장했다"며 "생체 분자 기반 차세대 촉매와 에너지 전환 소재 설계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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