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민재가 9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체코와의 평가전 4회초에 1타점 적시타를 때리고 있다. 뉴스1
멈추지 않고 달려와 결국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육성선수로 시작해 4년 만에 1군에 데뷔했던 백업 요원이 국가대표 리드오프로 거듭났다. 최근 부진했던 한국 야구를 이끌 선봉장으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 한국 야구 대표팀에 이어 내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승선을 노리는 신민재(29·LG)의 이야기다.
신민재는 9일 체코와의 평가전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타선에 활력을 더했다. 류지현 대표팀 감독은 전날 체코전에서 5안타에 그쳤던 아쉬운 공격력을 보강하기 위해 선발 라인업에 변화를 줬고 신민재를 ‘키플레이어’로 꼽으며 리드오프에 배치했다. 이날 신민재는 1번 타자로 선발 출장해 5타수 2안타 2도루 1타점을 기록하며 타선에 물꼬를 텄고 팀은 체코를 11-1로 꺾고 전날의 아쉬움을 씻었다.
인천고를 졸업한 신민재는 2015년 두산에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발이 빠르다는 강점이 있었으나 작은 체구(171㎝·몸무게 67㎏) 때문에 프로 구단들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 이듬해 4월까지 퓨처스리그(2군) 경기에만 나오다가 그해 7월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했다.
신민재가 1군 무대를 밟은 건 새 유니폼을 입은 후였다. 신민재는 군 복무 중이던 2018년 2차 드래프트 때 LG의 지명을 받고 이적했다. 군 복무를 마친 이듬해인 2019년 백업 요원으로 84경기에 나오며 1군 데뷔의 꿈을 이뤘다. 그러나 이후 ‘악마의 2루수’ 정근우(43)를 비롯해 정주현(35·이상 은퇴), 서건창(36·현 KIA) 등 쟁쟁한 내야 자원이 팀에 합류하면서 입지가 좁아졌다. 2021년 32경기, 2022년 14경기로 출장 횟수가 점차 줄면서 은퇴를 고민하기도 했다.
신민재가 본격적인 ‘질주’를 시작한 건 ‘뛰는 야구’를 내세운 염경엽 감독을 2023년 만나면서부터다. 그해 LG 신임 사령탑으로 부임한 염 감독은 본인의 야구 철학에 따라 대주자를 활발히 기용했고, 신민재에게도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이를 놓치지 않은 신민재는 122경기에 나와 타율 0.277, 28타점, 47득점, 37도루를 기록하며 붙박이 2루수로 발돋움했다. 이듬해에도 128경기에 나와 시즌 타율 0.297까지 끌어 올렸다. 지난해엔 LG 2루수로서는 손주인(42·현 삼성 코치) 이후 8년 만에 100안타 고지에 올랐다.
올 시즌 초반 슬럼프가 찾아왔으나 금세 털어냈다. 신민재는 4월 한 달 동안 타율 0.141에 그치는 타격 부진에 시달린 뒤 5월 중순 2군으로 내려갔다. 약 열흘간의 재정비 시간을 가진 뒤 다시 1군에 올라온 신민재는 6월 타율 0.362, 7월 타율 0.385의 물오른 타격감으로 주전 리드오프 홍창기(32)의 공백도 메웠다. 신민재가 2군에서 했던 훈련을 떠올리며 “밥 먹고 치고, 자고 일어나서 또 치고…. 그렇게 반복 훈련을 했다”고 말한 게 팬들 사이에선 ‘치고 또 치고’라는 유행어로 돌기도 했다.
한국 대표팀은 16,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숙적’ 일본과 평가전을 치른다. 일본전 9연패에 빠져있는 대표팀 선봉에 신민재가 설 가능성이 크다. 신민재는 “(일본 투수들의) 새로운 공을 쳐보는 게 기대된다”며 “(WBC) 대표팀에 합류하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뽑아주신다면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